여행을 다니다 보면 나 혼자만 멋있게 느끼는 곳이 있기 마련이다. 특별히 역사적 건축물이 있어서도 아니고 진기한 물건이 있어서도 아니다. 무슨 이유인지 어떤 연유인지 모르지만 그냥 내 마음에 다가오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어떤 경우 물건이 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불국사에 가면 나 혼자 항상 들르는 곳이 있다. 대웅전 바로 뒤에 무설당이 있다. 무설당이란 말이 없는 집이란 뜻이다. 스님이 설법을 강하는 곳이다. 말을 하는 곳을 왜 말이 없다는 의미의 이름을 붙였을까 ? 그야 말로 역설이며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내가 가는 곳은 무설당 뒷편의 별로 넓지 않은 공간이다.
무설당 뒤의 공간은 후미진 곳이라 굳이 마음먹고 찾아가려고 하지 않으면 발길이 잘 닫지 않는 곳이다. 불국사에 몇번을 가보았으나 그 뒤쪽까지 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내가 그쪽으로 가게 된 것도 순전히 우연이었다. 그냥 우연히 그곳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불국사를 찾았던 때가 올해 초 겨울이었다.
무설당 뒷 공간은 그리 넓지 않았다. 무설당 뒤로 높게 담이 서 있었고 겨울의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서 있었다. 겨울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고 있었다. 올해 초는 매우 추웠다. 추운날씨에 쨍쨍한 햇살이 내리고 있었다. 공기는 투명했다. 무설당 뒤 마당의 처마에 서서 앞의 담을 바라 보았다. 담은 높았다. 무설당 뒷마당과 담사이에 나무들이 비틀진 경사면에 서 있었다. 여름이었으면 무성했으리라. 그러나 앙상한 나뭇가지는 여름의 기억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앙상한 가지만으로도 풍성했다.
내가 왜 그곳을 좋아했는지 모른다. 그냥 내 마음에 다가 왔다. 발길을 다른 곳으로 옮기지 못하고 한참을 서 있었다. 그곳이 좋아진 이유를 만들어 낼 필요는 없다. 그냥 좋으면 좋은 것이니. 아마 전생에 이곳과 무슨 인연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창창한 날씨 햇살이 그대로 내리 임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운 날씨였다. 어디 앉을 때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왔다 갔다 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무설당 뒷마당의 차가운 겨울속 빛나는 태양이 생각이 났다. 아무 이유없이 생각나는 곳이었다.
아직 내가 무엇때문에 그곳이 내 마음에 다가 왔었는지 잘 모르겠다. 굳이 이유를 알 필요가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조만간 한 번 다시 불국사를 가볼 생각이다. 그 때 다시 한번 무설당 뒷 마당을 가보려고 한다. 아무런 생각없이 다시 가보면 그 이유가 스스로 내 앞에 나타나리라.
아무생각없이 가고 싶은 곳을 찾으신다면 불구사 무설당 뒷 마당을 찾아가보실 것을 권한다. 모르겠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실지 아닐지. 인연이란 다들 다르니 나와 같은 생각과 느낌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그러면 그냥 불국사를 한바퀴 천천히 돌아보시라. 그럼 어떤 무엇인가가 여러분의 가슴에 와 안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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