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뭔지 모르게 매우 혼란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혼란을 느끼는 이유는 기준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무슨 기준이 흔들릴까 ? 물론 필자가 혼란을 느끼는 것은 대부분 국가적 이슈에 관한 일이다.
오늘 문재인 대통령께서 기무사령부를 해체해서 새로운 사령부를 만들어라고 하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기무사를 해체해서 국방부의 일개본부로 만들어 장관이 완전히 기무사를 장악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대통령은 송영무 장관의 입장보다는 청와대 참모진의 손을 들어준 것 같다.
신문을 정리해보면 민정수석실은 국방부장관이 기무사를 완전하게 통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보니 송영무 장관이 기무사를 직접 장악하려고 했던 이유는 개인적인 원한도 있었다고 한다. 군생활하면서 기무사령부로부터 견제를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생활까지 확인하고 이것을 보고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가졌다고 한다. 결국 그런 개인적인 경험이 기무사령부 개혁으로 까지 이어졌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필자는 일전에 과거 군사구데타가 두번이나 있었던 우리나라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볼때 기무사령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피력한 적이 있다. 기무사령부의 임무 중에서 구데타를 방지하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가 높다고 까지 생각한다. 권력욕이 있는 군인들이 탱크몰고 서울로 나오면 막을 길이 없다.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결론에 도달하기 까지 그동안 많은 소란이 있었다. 필자는 그런 소란을 보면서 우리 국가와 사회가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대통령께서 이런 논란을 현명하게 정리한 것은 상당히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운영이라고 하는 것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가의 가치와 사회의 가치를 같은 연장선상에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국가가 지향하는 방향과 사회가 지향하는 방향은 차이가 있다. 국가는 국가의 안전이 최고의 가치이다. 국가를 필요악이라고 하는 것은 그런 이유다. 그러나 사회는 좀 다르다. 인간적 삶의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 사회적 가치다. 비슷한 것 같지만 구체적인 상황에 직면하면 매우 다른 방향을 지향함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정보기관원 이었던 스노든이 미국정부가 불법적으로 광범위한 인터넷 상의 도청을 한다는 것을 폭로했다. 그는 국가가 아무런 법적 규제없이 마음대로 메일과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보고 부당하다고 느꼈고 이를 폭로했다. 많은 사람들은 그의 폭로가 국가가 잘못한 것을 견제했다고 생각하고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정부는 스노든을 최악의 범죄자로 규정했다. 국가의 안보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동일한 행동도 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악이되고 사회적 가치의 측면에서 보면 선이 되는 것이다.
결국 스노든은 폭로를 하고 러시아로 망명을 한다. 미국 정부는 결단코 스노든을 용서하지 않고 체포하려 벼르고 있다. 한쪽에서는 국가의 부정을 폭로한 영웅이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국가의 안위를 훼손한 역적인 것이다.
동일한 사안도 어느쪽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진다. 필자는 스노든이 의미있는 폭로를 했다고 생각하고 그의 행동을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가 국가의 질서를 훼손한 것에 대한 책임을 면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옳은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를 위해서 국가적 가치를 훼손했을 때는 그에 해당하는 댓가를 치를 각오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사회적으로 아무리 위대한 일이라도 국가의 범주에서 처벌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무사 계엄문건 문제를 논의하는 와중에 벌어진 일은 우리가 국가의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정교하게 다루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한다.
정의롭고 옳은 일이라도 거짓말을 하거나 상대방을 속이고 규정을 위반하는 것을 정당화 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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