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여행이야기)왜 느끼는 산사 여행기를 쓰게 되었냐 하면 말이지요...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나온 다음 많은 사람들은 그 여행기를 따라 여행을 하곤 했다. 필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조금 있다 그런 여행에 실증이 나고 말았다. 여행이란 것이 남이 정리해 준 것을 따라가는 것으로 끝나서는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행이란 무엇일까 ? 그저 오래된 것 재미있는 것을 보고 즐거워 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일상에서 탈출하는 스트레스 해소의 방법일 것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각자 여행하는 사람마다 여행에 대한 생각이 다를 것이다. 그래서 여행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하라면 사람 수만큼의 정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여행에 대해 각자 어떤 생각을 가지든 그것은 모두 옳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유홍준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보면서 여행을 하다보니 내가 그의 시각에 갇혀 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런데 그 어떤 전문가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 들이고 따라가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만의 여행을 하고 싶었다.

혼자 여행을 떠났다. 처음에는 아무데나 발 닫는 곳에 가서 이런 저런 구경을 했다. 내가 학문적인 연구를 위해 조사를 하는 것도 아닌 데 어려운 전문 용어를 알아야 하는 골치아픈 짓은 피하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는 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행을 한다. 우선 퇴직하고 넘치는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기 싫어서 여행을 한다. 그 여행을 통해 나라는 인간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싶어서 여행을 한다. 나이가 들어 직장을 가지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이제 은퇴를 하게 되었지만 나라는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동안 나라고 생각했던 존재를 조금 떨어져서 보니 정말 한심한 수준의 인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객관적인 대상으로 놓고 살펴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여행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다른 대상을 살펴봄으로써 나의 내면을 드려다 볼수 있었다는 것은 역설적이기 까지 하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다니다가 조금씩 보는 눈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원래 불교신자가 아니기 때문에 절집에는 잘 가지 않았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절 구경을 다니기 시작했다. 사실 문화재 구경하려면 절에 갈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오래된 문화재는 불교 문화재니까 말이다. 처음에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절을 보는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모두 똑 같기만 했는데 이 절 저 절 다니다 보니 느끼는 것도 달라졌다.

보고 생각하고 느꼈던 것들을 머릿속에 담아 두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잊어버렸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기억들은 훨씬 더 명료해지고 정리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절을 다니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조금씩 정리해보고자 한다. 내가 느꼈던 것이라 다른 사람들은 전혀 다를 수 있다.

느끼기 시작하면 여행에 전혀 다른 경지가 열린다. 내가 따라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내가 주인이 되는 여행이 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여행의 주인이 되면 느낌이 훨씬 풍부해진다. 남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찾아 낼 수도 있다.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어떨 때는 혼자 구석진 곳에서 눈물을 흘릴 때도 있다.

나는 여행이란 그 때 사람들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자주 그 당시의 사람들에 감정이 이입이 되곤 한다. 그러다가 길가는 사람들에게 들키면 매우 생뚱맞다. 나이든 노인이 구석에서 카메라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으면 이상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때 그사람들의 삶의 고통과 고뇌를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나오니 말이다.

이미 몇번에 걸쳐 느끼는 산사 여행기를 썼다. 이글은 제일 먼저 써야 할 것 같은데 순서가 늦었다. 앞으로 자주 느끼는 여행기를 올리겠다는 말씀이다. 여행기를 쓰면서 사진을 올리지 않았다. 글을 읽으면서 그냥 느끼고 생각하시라고 한 의도다. 그런데 사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들이 있었다. 꼭 필요한 사진 한두장 정도만 올리려고 한다.

혹시 저와 비슷한 곳을 여행하신 분이 있다면 느끼신 점을 적어 주셨으면 좋겠다. 느낌을 공유한다는 것은 매우 기분 좋은 경험일 듯 하다. 앞으로 모든 것을 인공지능이 다 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인간에게 남은 것은 느낌밖에 더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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