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치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 꽤 오랫동안 글을 올리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모르면 몰라도 알고서는 그냥 지나갈 수 없는 일 때문이다.
한동안 신문이나 TV를 보지 않고 있었다. 모처럼 어제 머리커트하러 미장원에 갔다. 뉴스에서 드루킹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장원 주인 아줌마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열혈 보수주의자임을 표방하는 그녀는 한참을 설명했다. 집에와서 그동안 신문을 펴놓고 읽어 보았다. 중앙일보에서 몇면을 할애해서 설명해 놓았다.
가만 앉아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과거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에서 자행되었던 국정원 그리고 국방부 사이버 사령부의 댓글 공작이 생각났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의 한 구석에는 현정부 사람들이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코스프레 하는 것 같은 기사가 실려 있었다.
우리는 지금의 이런 상황을 어떻게 파악해야 할까 ? 대통령 영부인도 잘 알고 있었던 존재였다. 그들은. 당연히 문재인 대통령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경찰과 검찰이 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일 게다. 살아있는 초기 권력에 잘못 보이면 어떤 처지에 처하게 될지는 뻔한 이야기이다.
소위 보수언론이라고 하는 것들도 은근히 수위 조절을 하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소위 진보언론이 보여준 결기 같은 것들은 없다. 그들은 눈치를 보면서 무엇이 자신들에게 유리한가를 끊임없이 저울질 하면서 살아온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 상황같으면 드루킹의 실명이 게재가 되어야 하고 얼굴도 나와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 무서워서 그들의 이름을 감추고 얼굴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지 모르겠다.
여권에서는 이명박근혜의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과 드루킹의 댓글공작은 다르다고 하는 것 같다. 이명박근혜는 국민의 세금을 받는 공무원을 동원해서 댓글 공작을 했고 드루킹은 순수 민간조직이라는 것이다.
말이라고 모두 말은 아니다. 저의 생각에는 둘 모두 전혀 다르지 않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둘다 민주주의의 절차와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절차적 정당성을 생명으로 한다. 그런데 둘 다 그 절차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시켰다.
결과적으로 민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가장 크게 훼손시킨 세력들이 정권을 잡았다. 그렇게 정권을 잡은 자들은 권력의 정당성을 지니지 못한다. 문재인 정권은 끝까지 이문제로 시달릴 것이고 다음 정권에 의해 심판을 받을 것이다. 그것이 5년이 되든지 10년이 되든지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가 발전한다.
정당성에 대해서 말하자면 이명박근혜 정권 보다 지금의 정권이 더 나쁘다. 자신들은 이명박근혜의 부당함을 고발하고 그것을 적폐라고 처단하면서 자신들은 뒤에서 숨어 드루킹과 같은 조직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도움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그들을 부린 것인지 잘 모르겠다. 수하로 부렸을 것 같은 느낌도 많이 든다.
드루킹은 어디서 그렇게 많은 돈을 확보했을까 ? 일년간 운영비만 11억이 넘었다고 한다. 그런 돈을 비누팔아서 충당했다고하는 것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만일 민주당의 정치자금이 흘러 갔다면 그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공무원을 이용해서 댓글 다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다. 앞으로 수사과정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말이다.
민주당에 드루킹 같은 조직만 있었을까 ? 훨씬 더 많은 조직이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도 있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전체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명박근혜의 댓글공작은 공무원을 이용했기 때문에 찾아 내기도 쉬웠다. 그러나 민주당이 비선 조직을 활용했다면 그것은 찾아 내기도 어렵다.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사람은 이런일로 민족적 대사가 방해받으면 안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 같다. 드루킹 문제를 남북정상회담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뭔가 크게 잘못 생각한 것 같다. 그것을 그것이고 이것은 이것이다.
그나 저나 만일 안철수가 드루킹의 공작으로 이미지 손상을 당했다면 그것은 어떻게 하나 ? 정치인이나 연예인이나 모두 이미지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지금 보아서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최대의 피해자는 안철수였던 것 같다. 만일 안철수의 이미지가 드루킹의 공작을 통해 훼손당했다면 국민들은 선택의 자유를 훼손 당한 것이다.
민주주의는 절차적 정당성이 생명이라고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배웠다. 결과를 과정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왕정이나 독재정을 채택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플라톤이 철인정치라는 이름의 독재정을 주장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난 민주주의를 지지한다. 그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지지한다는 이야기다. 문재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이다.
촛불시위때 추운 겨울에 나가서 떨었던 것도 그 절차적 정당성 때문이다. 박근혜 탄핵은 국정운영의 과정에 대한 문제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드루킹은 정권 태동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이다. 사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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