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민청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삶이란 천상병 시인의 노래처럼 지상에 잠시 들른 소풍이다. 소풍을 왔으면 잘 즐기고 재미있게 보내다 가면 될 일이다. 소풍이 즐거운 것은 그때는 모든 것이 풍요롭기 때문이다. 먹을 것도 풍성하고 계절도 풍요롭다. 따스한 햇빛 그리고 부드럽고 온화한 바람이 사람들을 기분좋게 만든다. 많은 것이 풍요로우니 주변사람들과 즐겨 내것을 나눈다.

인생이란 소풍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가진 것이 부족해 나눌 것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가진 것이 부족하기 보다는 가진 것을 나누려는 마음의 결핍 때문일 것이다. 하루하루 매일매일이 전쟁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힘은 가진 것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힘은 주변의 사람에서 얻는 것이다. 우리는 내가 매일 만나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로부터 에너지를 얻어서 살아간다. 먹고 마시는 것은 육신의 양식이지만 내 주변사람들과의 만남은 영혼의 에너지다.

어느 신문에서 노숙인이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주변과의 단절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노숙인들끼리도 서로 대화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 단절은 아마도 영혼의 에너지가 고갈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어제 서울 시민청에 갔다. 도서관에 책을 찾아 볼까 해서 갔는데 마침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휴관일이었다. 월요일에는 휴관을 하는데 깜박 잊어버렸다.

시민청 지하 무대에 들어가보니 나이든 어르신들이 여기저기 많이 앉아 계셨다. 거기에는 노숙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모두들 혼자 앉아 있었다. 누구와 이야기하는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노인들이나 노숙인들이나 모두 혼자 앉아 있었다. 말없이.

넓은 공연장 끝에는 경비원이 한사람 앉아 있었다. 책상이에는 흰종이에 검을 글씨로 큼지막하게 ‘근무중’이라고 쓰여 있었다. 마치 누가 큰 소리를 치거나 소란을 일으키면 곧바로 즉각 밖으로 쫓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넓은 지하광장이 조용한 긴장으로 가득차 있었다.

어쩐지 낯선 광장을 가로 지르면서 사는 것이 무엇일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우리는 제대로 살고 있을까? 제대로 사는 것이 무엇인가? 그냥 내 몸 하나 편하고 내자식 잘되면 그저 그만인가?

회사나 조직체에 몸담고 있던 사람들은 은퇴하고 나서 한동안 심한 홍역을 앓는다고 한다. 그동안 만나든 사람들과 단절되는 아픔을 겪기 때문이다. 회사와 조직은 내식구를 먹여 살리기 위한 돈뿐만 아니라 나를 위한 영혼의 에너지를 함께 제공한다. 그런데 은퇴를 하면 영혼의 에너지가 고갈된다.

돈과 달리 마음은 내가 스스로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마음부자가 되기도 하고 가난뱅이가 되기도 한다. 그저 부드러운 웃음과 따스한 말한마디로 마음부자가 될 수 있다. 그 간단한 것이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래서 주변사람들에게 온화하지 않고 빡빡한 사람은 마음 부자가 아니다. 예수님은 왜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라고 했을까? 마음이 부자인 사람이라고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저녁이 되면 시민청을 닫는다. 그러면 잠시 따스하게 쉬던 노숙인들은 다시 길가로 몰려갈 것이다. 그들은 어디서 겨울추위를 피할까? 사업실패로 노숙자가 된 사람이 암으로 사망하면서 자신의 죽음을 가족에게 알리지 말라고 한 기사가 생각났다. 죽으면서까지 가족을 지키려고 했단다.

인간은 참으로 못된 종자인 듯 하다. 우리는 그런 것을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간다. 진짜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이 너무나 이상하지 않은가? 인간이라는 종이 멸종되어야 한다면, 바로 그 이유는 바로 남의 불행과 불운을 이용해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서울 시민청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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