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가 마침내 구속되었다. 시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치가 무엇인지 회의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막스베버를 뒤적여보았다. 막스베버는 정치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정치란 국가 상호간이든 국가가 포용하는 인간집단 상호간이든 간에 권력의 배당과 그 분배에 영향을 끼치는 끼치려 하는 노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학에서 오랫동안 가장 권위있는 정의이다. 그렇다 권력을 배당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정치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권력을 배당하는 것이 무엇인가하는 점을 구체적으로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권력의 배당이라고 하는 것은 각종 재물과 재화를 분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가 있다. 부자를 영어로 rich라고 한다. 영어의 rich라는 말의 근본적인 의미는 power to distribute spoils라고 한단다. 오래전에 읽었던 스페인 역사학자가 한 말이다. 전리품을 분배하는 권력을 가진 사람을 부자라고 한다는 것이다. 결국 서양에서 부자라는 것은 권력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막스베버의 정치에 대한 정의를 읽으면서 권력의 배당이라는 것에 중점을 두었던 측면이 없지 않다. 필자는 여기에서 영향을 끼치는 노력이라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권력은 영향력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권력은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력을 미치는 바로 그 상황에 존재한다.
그런데 재미 있는 것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영향력이 매우 제도화되어 있었고 그렇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도 제한되었다. 고대사회에서는 전제군주가 유일하게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었다. 귀족에서 시민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계층이 확대되었다.
결국 헤겔이 이야기한 것 처럼 역사란 자유의 확대과정이었고 자유의 확대과정이란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나 계층이 확대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의 시대는 정치지도자만 영향력을 가진 것이 아니라 시민들 모두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즉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을 주지 않았다. 권력의 일부만 주었을 뿐이다. 상당한 범주의 권력은 국민들이 그대로 가지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지도자들의 영향력은 법률에 의해서 제한된다. 즉 대통령은 제한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영향력도 여러가지가 있다. 강제적인 영향력도 있고 설득에 의한 영향력도 있다. 영리한 지도자들은 둘을 잘 조합해서 사용한다. 그런데 박근혜는 강제적인 영향력만 행사하려고 했고 설득을 통한 영향력은 행사하지 않았다. 그녀는 김기춘 우병우를 옆에 두고 검찰을 시켜서 조지기만 했다. 설득하고 이끌어가기보다 말안들으면 잡아 넣기만 했다.
박근혜가 왜 그랬는지 알 수없다. 아마도 아버지 박정희 시대를 보고 자랐기 때문에 그래도 되는지 알았는지도 모른다.
박근혜는 자신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알았던 모양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영향력은 매우 분산되어 있다. 삼성을 위시한 재벌들의 영향력은 대통령을 능가한다. 언론은 이미 제4의 권력이라고 불린지 오래다. 언론의 권력은 국민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다.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언론은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조중동을 이야기 하는 것은 그들이 국민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의 시대는 상황에 따라 영향력의 형태와 내용도 각각 다르다. 노무현과 이회창의 대선 당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은 이회창 아들이 병무비리를 주장했던 김대업이었다. 문제는 김대업이 당시에 자신이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도 몰랐다는 것이다. 요즘은 인터넷 시대이다. 파워블로거도 권력을 가지고 있다. 요즘의 세계는 서로 서로 권력을 행사한다.
그래서 자기가 권력을 행사하면서 권력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말 위험한 것은 자기가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권력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이다. 마치 어린아이가 실탄이 든 권총을 가지고 노는 것과 비슷하다.
막스베버는 정치와 권력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정치를 하는 사람은 - 이상적이든 이기적이든 간에 -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써 권력을 추구하든가 또는 권력 그 자체를 위해서 즉 권력이 부여하는 우월감을 위해서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다”
박근혜는 이기적인 목적과 권력이 부여하는 우월감을 위해서 권력을 추구한 것 같다. 그것이 박근혜 만의 일일까?
이상적인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권력을 추구한다는 경우도 대부분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너무 많이 보아왔다.
모름지기 권력을 가진자는 조심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권력의 칼날이 부메랑이 되어 언제 자기에게 돌아올지 모르는 법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구속을 보면서 끄적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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