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운동을 하고 싶다 (kingbit)
흔히 하는 착각중에 하나가 내몸은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것이다. 다른말로 하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착각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내몸은 내 의지와 다르게 움직인다. 초등학교 체육대회 학부모 달리기 대회에 가보면 잘 볼수 있다. 달리다보면 항상 넘어지는 부모들을 볼수 있다. 달릴때도 위태 위태해 보인다. 마음(의지)는 앞서가지만 몸이 그만큼 따라 가질 않으니 넘어지는거다.
나는 무도가들이나 요기들이 하는 일이 수련을 통해 자신을 다스려 의지와 몸의 동작을 일치시키는 일을 하는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물구나무서기”에 매료되어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물구나무서기가 가능한 몸 70%이상을 만들었다고 생각했을때 녹내장이라는 판정을 받았고 병원에선 복압(복부의 압력)이 높아지는 운동을 하지 말라고 했다. 거기서 맘이 꺽여 몸을 방치했다. 운동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년이 지나고 나는 거의 10kg증량이 되었다. 심각해졌다. 전에 입던 양복들을 입을 수가 없다. 이전에는 강의를 했던지라 대부분의 양복이 슬림핏이였으니 지금의 살찐 몸에는 결코 맞지를 않았다.
운동과는 멀어져 살다가 최근 3주째 아들과 저녁 산책을 간다. 시작은 부모가 했으나 요즘은 아들이 더 챙긴다. 나름 재미를 붙인것이다. 꾀가난 부모는 격일로 아들과 동행 한다. 운동코스의 중간에 군산예술회관이 있고 그 계단을 여러번 뛰어 오른다. 이것에서 은근히 부자지간의 경쟁이 붙는다. 나에게 서너 걸음 뒤에서 뛰라곤 하지만 아빠를 이긴다는 성취감이 너무 좋았나 보다. 전력으로 달려 아빠보다 빨리 정상에 설때 아들의 입가엔 자신감이 차오른다. 아빠의 폐에선 쎄액쎄액 헛바람 소리가 난다. 나 또한 내가 전력으로 하면 이겨 하고 속으론 위안을 삼는다.
격렬한 운동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슬쩍 손이나 팔장을 잡는 아들 그리곤 자기가 아는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한다. 그런 아들이 내심 고맙다. 이런 아들이 더 커주어도 이렇게 살가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요며칠 날씨가 심하게 추워졌다. 아들과 외부운동을 못하게 되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체력이 떨어진 나 자신을 보며 몸을 다스리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왔다. 마음 먹었을때 행동을 해야지 하며 예전에 들락거렸던 블로그를 들어갔다. 몇년전에 보았던 나즈막한 평행봉(페럴렛) 만들기가 눈에 들어 왔다.
그 글을 읽고 하루가 지난 금요일 일을 하면서도 마음이 급해졌다. PVC로 된 그 평행봉을 만들려면 철물점을 가야 하는데 일하면서 짬을 내기가 쉽지 않아서다. 금요일이 지나고 주말을 지나쳐버리면 만들고자 하는맘과 운동하고픈 욕구가 사라져 버릴것만 같았다.
퇴근 즈음하여 거래하던 철물점에 방문했다. PVC 지름 40mm 1개, T관 4개, L관4개, 파이프구멍을 막을 캡 8개를 구매했다. 2만원이 넘었다. 거기에 파이프를 자를 줄톱을 더하니 3만원 조금 넘는 금액을 지불했다. 아차 싶었다. 급한 마음에 금액도 묻지 않고 물건을 주문하고 카드를 내밀었으니 말이다. 블로그 정보엔 1만원 후반대였던 금액이 3만원이 넘어갔다. 속으론 물가가 올랐나 하며 맘을 다스렸지만 가격을 묻지 않고 산 내가 미련스럽게 느껴졌다. 다만 운동하고픈 맘이 사라지기전 물건을 산건에 만족했다.
PVC (지름40mm) 1개의 길이는 4m나된다 결코 승용차에는 들어갈수 없다. 파이프를 산 철물점에서 반으로 툭 잘라 경차의 트렁크를 열어 뒷좌석에서부터 앞 운전자보조석까지 밀어넣었다. 물건을 사고 나니 더욱 빨리 만들고 싶어졌다. 회사에 들어가 마무리를 하고 정각6시가 되자마자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2미터찌리 흰색pvc파이프와 각종 연결관까지 들고 집으로 들어오니 아내와 아이는 눈이 동그랗게 된다. 뭐하려고를 연신 외치는 가족들에겐 어 뭐좀 말들려고 라고 말을 하고 바로 파이프 재단을 시작했다.
신문지를깔고 줄톱으로 pvc를 자르는데 줄톱은 좌우로 울렁이고 일직선으로 자르는 것 같은데 잘려진 단면은 사선이다. 예전엔 톱질좀 했었는데 각 부품을 자를때 아무리 노력해도 사선이다. 눈이 잘못된것일까 손목에 힘이 없는 걸까. 그래도 블로그에 쓰여진대로 재단을 하고 각부속을 연결하니 길이 45cm 높이 30cm정도의 평행봉 한쌍 만들어 졌다.
아내에게 “이젠 운동 열심히 할꺼야. 다시 몸을 만들어야지.” 하며 평행봉 사이에 들어가 두팔로 힘을 주어 다리를 L로 구부리고 엉덩이를 띄운다.
어이구 팔에는 시큰하게 통증이 오고 복부는 덜덜 떨리고 앞으로 뻣은 다리는 빨리 내려오고 싶어한다. 이번에는 평행봉을 이용해 팔굽혀 펴기를 해본다. 하나 둘 셋 넷..여섯부터 올라오는게 느려지더니 결국 10개를 못하겠다. 많이 약해졌구나 싶다가 그래도 시작했으니 된거야 곧 나아지겠지 하며 열심히 할거라고 맘을 굳게 먹었다.
요상한것이 이렇게 짧게 운동을 했는데도 가슴쪽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것 같다. 운동해서라기보다는 퇴근하고 평행봉을 만드느라 땀이난 몸을 씻으러 욕실로 갔다. 옷을 벗고 몸을 이리 저리 돌려 비춰 본다. 거울속에는 배가 적당히 나온 딱 그냥 40대 아저씨가 서있다. 그럼에도 왠지 가슴근육만큼은 라인이 보이는것 같아 씨익 웃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와 아내에게 여보 뭐 달라진것 없어 하며 가슴에 힘을 주었지만 아내의 눈은 의아함만 가득하다. “뭐 ? 뭐가 달라졌어?”라며 되묻는 아내 때문에 슬쩍 가슴에 힘을 빼고 티를 입니다.
남자에게 로망이 있다면 한번쯤 멋진 근육질 몸매를 가져보는것 아닐까? 이 운동을 하다보면 분명이 생기겠지. 더 운동을 해서 다시 물구나무서기를 성공시켜 지구도 들어봐야겠다. 그런데 등짝과 목, 겨드랑이 쪽이 뻐근한게 오늘밤이 지나면 근육통에 시달릴것만 같다. 뭐 그래도 근육이 생기는 과정이니 참아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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