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6 달팽이

KakaoTalk_20190727_233715524.jpg

달팽이


철벽 찬 기운에 가슴까지 시려온다
한참을 달렸건만 아직도 출발지가 보인다.
뿌려대는 빗줄기에 한 발 딛기가 무섭다.
얼마나 가야 처마 꼭대기인지 망막함이 짓누른다

미끄러 졌다 . 땅 바닥이다.
등껍질 두꺼워도 속 깊이까지 아프다.
몸뚱이 진흙덩이 털어내기도 귀찮다.
저 멀리 다른 곳을 물꾸러미 바라본다.

들어 누워 하늘을 보았다.
몸뚱이 편한데 가슴은 채한듯 꽉 막힌다.
굵어진 빗줄기에 섞여 눈도 입도 들썩인다.
그렇게 빗소리에 섞여 한참을 더 크게 소리내서 들썩인다.

몸뚱이 흙을 털지도 않았다.
처마 꼭대기와 다른 곳을 또 번갈아 본다
철벽에 억지스레 발을 올려본다.
시원한다. 빗줄기에 목도 축였다. 등껍질도 깨끗하다.

그렇게 그렇게 시원함에 목을 축이며 한발 한발 옮긴다.
무소에 뿔처럼 거칠게 돌진하진 않아도 된다.
천천히 천천히 꾸준히 꾸준히
내가 서야 할 내가 서고 싶은 그 자리까지 그렇게 가면된다.


비오는날 철판으로 만든 벽을 열심히 오른던 달팽이를 보았습니다.
바닥에서 얼마 올라가지 못한 놈, 많이 올라간 놈 , 그리고 바닥에
딩구는 놈까지 꽤 많이 있었습니다.

궁금했습니다. 철판의 투박한 벽에 비도 꽤 세차게 오는데 뭐하러
그렇게 올라가고 있는지.. 그런대 그게 우리내 인생이더라구요.
본인이 원하 그 곳을 향해 가다 보면
철벽이 차갑기도 시원하기도 하고 , 빗물이 미끄러워 짜증스럽고
목을 축여줘서 고맙기도 또는 여기가 잘못된 길이라고 다른 곳에
눈길을 줘보기도 했을 겁니다.
그리곤 한참을 정말 서럽게 혼자 울어 본 경험도 있을겁니다.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그냥 천천히 꾸준히 가면 된답니다.
흙이 좀 묻으면 어떻게 미끄러져 바닥에 딩굴면 어떱니까?
좀 울어도 됩니다. 아무것도 없으면 너무 심심하잖아요.
우린 모두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이상 카카에 [달팽이] 입니다.


이 시는 작가 공모전 참가작입니다.(아래 참고하세요)

제2회.zzan 이달의 작가 공모(재 공지)


카카에 [시] 이야기

  1. 시골 선착장
  2. 엄마 그리고 내 이름
  3. 당신
  4. 종착역
  5. 눈빛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시] #6 달팽이’

Your browser is out-of-date!

Update your browser to view this website correctly. Update my browser no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