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11월에도 이렇게 춥디 추웠던 기억이 아직 선명하다. 그 땐 신용에 크게 손을 대고 있던터라 매일 같이 시세가 하락할 때마다 마진콜에 시달렸고 정확히 딱 이맘때쯤 모든 마진이 강제청산되어 투자 원금의 대부분을 잃었다. 정말 처절했고 고통스러웠다.
당시에는 전업투자를하고 있었는데 투자할 자금을 잃고나니 내 직업이 무의미해졌고 앞으로의 삶이 막막했다. 위대한 투자가로 한평생 살고가신 선배님들께서 하나같이 신용은 하지 말라했거늘 나는 머리로는 알면서도 가슴에서 차오르는 욕심을 제어할 수 없어 끊임없이 신용을 늘려 결국에는 파멸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 경험은 오늘 날 나에게 있어 가장 값진 경험 중 하나가 되었다. 당시에는 그토록 비극적이고 고통스러웠는데 결국 그 쓴약을 삼켜냈고 그 때 그 약이 지금의 날 만들었다. 신용도 없고 심지어 스파라는 닻을 바다 깊이 내린체 묵묵히 거친 풍파를 버텨내며 빙하기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2016년 11월을 겪고나서 난 다시 회사로 복귀했다. 그 방법 뿐이 보이지 않았다. 이를 물고 이듬해 3월까지 월급 모두를 코인에 밀어넣었다. 무모해서가 아니라 비록 신용으로 갖은 투자금을 모두 잃었을지라도 단 하나만은 확실했다. 싸도 너무 싸져서,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싸져서 신용을 했던 내가 졌었던 것이다.
당시 라이트 코인을 주력으로 모든 월급을 붓고 있었는데 고작 몇개월 붓지 못한 2017년 3월에 기다리던 일이 터져나왔다. 나는 시세가 돌아서 오르기 시작하면 사지 않는다. 시세가 내려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는 경우엔 내가 살 때가 가장 싸므로 최저가 쇼핑이 가능하다. 비록 다음날 더 내리더라도 그 일이 있기 전까진 나는 늘 최저가에 쇼핑을 하는 셈이다. 시세가 오르기 시작하면 상황은 반대가 된다. 늘 어제보다 오늘 더 비싼 가격에 사는 셈이 되는데 그 기분이 그리 유쾌하지 않다. 비록 오늘 사서 내일 더 오를지라도 어제 샀어야하는 마음이 떠나지 않아 처음부터 그런 시작은 하지 않는다.
3800원 근처에서 사두었던 라이트코인은 그해 말까지 50만원을 넘고 김프까지 더해 개당 70만원에 이르렀다. 천정부지로 뛰어버린 시세의 기쁨에 젖어 이 곳에서 내 인생 두번째 쓴약을 삼키게 될 줄은 몰랐다. 팔아도 너무 적게 팔았다. 절반 이상은 덜어 냈어야 했거늘 절반은 커녕 고작 10% 도 팔지 않았던 것 같다. 라이트 코인의 은색 로고가 한없이 반짝이는듯 보였다. 어리석게도…
2018년은 시작과 함께 11월인 지금까지 계속 내리고 있다. 시세가오르며 만끽했던 즐거움을 다시 다 토해내는 기분은 음식을 먹고 토해내는 과정과 같다. 너무 욕심을 내면 결국 토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긍정적면은 2018년의 전개가 2016년과 똑같이 흘러가는 가운데 놀랍게도 당시에 삼켰던 쓰디 쓴 약이 오늘날 내 잔고에 신용이 없을 수 있게하는 닻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 파도가 2019년에 지난 2017년과 같은 흐름으로 전개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2018년엔 못팔아서, 아니 안팔아서.. 두번째 쓰린 약을 삼켜내야했고 다음에 시세가 올라 기쁨에 젖을 쯤엔 오늘날 삼킨 쓰디 쓴 약이 내 행동을 수정해줄 것이라 믿는다.
2018.11.20
Sponsored ( Powered by dclick )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데자뷰 : 두번째 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