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곰돌이 리스트는 예약이 가장 힘든 곳 중 하나인, 스시 오마카세의 정수 스시인 입니다. 조선호텔 일식당 ‘스시조’ 출신의 이진욱 쉐프가 오픈한 곳인데, 식사를 마치고 손님들이 두세달 후 날짜를 겨우 예약하고 돌아가는 곳으로 유명하기도 하죠.
스시 오마카세는 22만원, 사시미 오마카세는 27만원입니다 (1인당). 강남 웬만한 미들급 스시의 2~4배죠.
술도 꽤 고급 사케나 와인/샴페인들만 있고, 보통 한 병 (750ml) 단위로 판매해서 술을 혼자 마셔야 했던 저는 유일하게 300ml인 사케를 하나 시켰습니다.
이런 높은 가격인데도, 가성비가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될 정도로 퀄리티가 최상입니다. 요리, 서비스, 모두.
자 그럼 깐깐한 미식가 곰돌이 출동!
들뜬 마음으로 곰돌이가 입장합니다. 딱 8자리 보이는군요. 정갈하게 잘 정리되어 있으며, 왠지 고급진 인테리어입니다.
셰프님의 깔끔한 성격을 보여주는 정리된 도구들.
처음 세팅입니다. 정갈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실제로 쓰이진 않는 것으로 보이는, 고풍스러운 술병과 잔입니다.
이 식당이 얼마나 고급인지 느껴졌던 것은, 일식에서 늘 나오는 입가심용 초생강 맛만으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와사비를 그 자리에서 바로 갈아서 신선하게 주는 것은 웬만한 곳에서도 하는데, 초생강이 이렇게 새콤 달콤 깔끔 맛이 잘 어우러진 곳은 처음이었어요.
제가 시킨 귀여운(?) 300ml 사이즈의 사케입니다. 잔과 병도 참 예쁘지요.
처음 나온 굴. 굴의 신선도가 죽입니다… 다만 위에 올린 것과 소스는 딱히 의미를 모르겠어요.
전복과 전복 내장 소스. 이걸 먹는 순간, 여기 일류구나, 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온도가 환상적이고 씹는 맛도 약간 있으면서 부드럽게 녹아들어갑니다. 내장 소스도 사진으로 보면 된장이나 녹은 초콜렛 같은데 실제로는 더 우아한 색이고, 매우 부드럽고 고소합니다.
복어입니다. 3초 정도 살짝 데친 껍데기 등인데, 웬만한 유명 복집들에서 먹는 것보다 더 날것이고 탱탱한 느낌입니다.
식사를 시작할 때 잘라두었던 방어인데, 시간을 좀 두더니 뭔가 안에 소스를 넣고 방어뼈에 붙은 살을 갈은 것을 말아서 나옵니다. 맛이 깊고, 그냥… 좋아요. 심지어 그릇도 이쁘죠.
김에 싸인 가리비입니다. 온도 조절이 정말 잘 되어서 기분좋게 따뜻한 맛이고, 씹히는 식감이 좋습니다. 약간 버터향이 나는 느낌이기도 해요.
쥐치입니다. 소스가 뭔지는 모르겠으나, 적당히 부드럽게 혀에 감깁니다.
고등어. 마늘 생강 양파 소스에 찍, 파에 찍어서 먹습니다. 고등어가 보통 비린 맛/향이 강한데, 이 고등어는 비린 느낌이 거의 없고 부드러으며 특유의 향이 기분좋게 코에 맴돕니다. 그냥 일류에요.
장어입니다. 역시 온도 조절이 환상적이고, 오이도 잘 어울립니다.
이제 스시가 나올 차례입니다. 스시를 먹으면서 놀랐던 것은, 앞의 요리들도 초 단위로 정확하게 재서 언제 어떻게 조리하고 내올지를 정하더니, 스시 한 종류마다 계속 ‘샤리’ (밥) 를 새로 내오더라구요. 샤리가 온도가 변하면 입에서 엉겨붙는 느낌이 들거나 바스라지는 느낌이 드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걸 막기 위해서 계속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함인가 봅니다. 그리고 스시 놓는 부분을 매번 조수분이 닦아 주어서, 이후 사진들에서도 볼 수 있듯이 매번 스시가 접시에 처음 놓이는 듯한 깔끔함이 있습니다.
시작은 도미입니다. 신선하고 간이 잘 배인 스시. 샤리맛도 환상적입니다.
유자맛이 가볍게 잘 어우러지는 오징어.
능성어 (다금바리). 유명한 생선인데, 사실 저는 큰 감명을 받진 못했습니다.
줄무늬전갱이. 부드러운 맛인데, 밥알이 사진으로 봐도 점성 정도가 처음과 크게 차이가 없음이 보일겁니다. 게다가 생선과 밥의 온도차가 절묘해서 잘 어우러져요.
새우. 입에 넣은 후, 이건 뭐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초대박 맛있어요 그냥…
금늠돔 (킨메다이). 어디서 이름만 들어보고 처음 먹어보는 고급 생선인데, 회전초밥집에서 먹는 살짝 구운 도미 향 같은게 나는데 향과 맛이 고급스러운, 그런 느낌입니다.
도하새우. 따스한 온도 조절이 대박입니다… 위의 새우 스시도 그랬지만 이거 먹고 있으면 행복감이 차오릅니다.
스시 중 일반적으로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참치 시리즈입니다. 차례로 주도로(참치 옆구리살), 참치 등살, 오도로. 오도로도 보기보다 식감이 엄청 기름지진 않으나, 입에서 녹는 느낌은 여전합니다.
우니. 우니 자체도 좋았지만 김이 고소한 향과 맛이 끝내줍니다.
전어. 색깔은 정말 예쁜데… 비린맛을 잡긴 했으나 그래도 좀 납니다.
게를 넣은 미소국입니다. 딱히 특징은 없었어요.
아나고(바닷장어). 앞에 먹은 장어구이보다 훨씬 고소함이 강조된 맛이에요.
이제 식사를 마무리하는 단계입니다.
마키. 안에 들은 것은 박 안 부분을 졸인 것이라고 하는데, 식감이 참 독특했습니다.
카스테라(?). 기분좋게 달고 맛있습니다.
모나카와 녹차 아이스크림, 그리고 따뜻한 차. 사케잔도 같이 있군요.
음식맛도 최강인데, 서비스 또한 완벽에 가깝습니다. 여기는 철저히 메인 쉐프 한 명이 요리를 다 관리하는데, 바로 옆에 군대 느낌이 날 정도로 신속 정확하게 쉐프의 명을 수행하는 조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미닫이문 안에 다른 분들이 조리 등을 수행하는데, 요리들이 시간이 딱딱 맞게 됩니다. 신기할 정도로.
그리고 식기 정리, 술이나 각종 잔반찬류 리필, 그리고 스시 집은 후 접시에 쌀알 자국 닦기 등, 많은 서비스들이 매우 조용하게 일어나는지도 모를 정도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정말 편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어요.
한줄요약하면, 지금까지 먹어본 일식 오마카세 중 최고입니다. 기념일에 미리 예약하세요.
맛집정보
스시인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로42길 49
이 글은 Tasteem 컨테스트
배가 고파질때, 일본 식당에 참가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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