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십년 넘게 살면서, “한국 식당 좋은 데 있어?” 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었죠. 일반적으로 제일 잘 알려진 것은 김치, 불고기, 김밥, 순두부, 이런 것들입니다.
그런데 일상적인 음식은 그렇다 치고, 뭔가 기념일에 갈 만한 곳이라던가, 귀빈을 모실 만한 곳으로 미국에서 한식당은 거의 없습니다. 친구들과 가볍게 갈 만한 라멘이나 우동, 초밥집부터 프로포즈해도 될 만한 고급 일식당까지 다양한 종류를 갖춘 일본 식당들에 비하면 너무나 선택의 폭이 좁죠.
그러면 외국 손님들이 한국에 오면? 서울 방문을 가정하고, 과연 한국 식당 어디를 소개하거나 모셔가야 할까요?
부대찌개나 설렁탕 등도 한국 특유의 음식이고 소개할 만 하나, 아무래도 비즈니스 미팅이나 무게있는 자리에서는 프랑스나 이탈리아식 코스 요리가 나오는 곳이 적절할 경우가 많죠.
이번 글에서 소개하는 비채나는 미슐랭 1스타 한식당으로, 내부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고급 중식당처럼 룸도 잘 되어 있어서 비즈니스 미팅 등에 특히 적절합니다. 롯데타워 시그니엘 81층에 위치하고 있어서 전망도 좋고 식사 전후로 다른 활동을 하기도 좋습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미슐랭, 아니 글로리 가이드 시작합니다!
비채나로 향하는 길
롯데타워에서 고층용으로 따로 있는 엘레베이터에 탑승합니다. 가시게 되면 꼭 식당에 전화해서 주차를 어디에 하면 가장 가까운지 물어보세요. 주차를 잘 하면 주차장에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와서 바로 고층용 엘레베이터로 갈아타면 됩니다. 81층으로 출발!
입구입니다. 고급 식당들 입구처럼 생겼어요. 카운터 왼쪽에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된 식당임을 보이는 빨간 무궁화 표시도 보입니다.
방에 입장합니다. 전망이 좋아요.
천장이 높고, 장식물이 아래 사진과 같이 달려 있습니다.
창밖을 내다본 모습입니다. 삭막할 정도로, 심시티 화면을 보는 것처럼 아파트가 가득합니다. 야경이 훨씬 이뻐요.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석촌 호수와 롯데월드가 보입니다.
메뉴 선정
저녁 메뉴는 두 종류였습니다.
저는 구학 코스에 와인 페어링을 선택.
본격적으로 코스 요리를 즐겨봅시다!
맞이요리: 도미
- 맞이요리: 제철 도미를 다시마와 조선무에 숙성한 후 갈분 옷을 입힌 ‘도미면’ 입니다.
도미살을 얼렸다 녹였다 반복하면서 숙성시켰고, 도미 머리와 뼈를 우려낸 소스가 국물처럼 있습니다. 도미의 식감은 매우 쫄깃쫄깃하며, 소스 국물은 보기보다는 밋밋하지만 깊은 맛이 있습니다. 도미 위에 올린 미나리와 실고추는 장식 느낌이 강해요.
처음요리: 콩, 닭, 대게
- 처음요리 (콩): 백태를 갈아 만든 ‘콩묵’ 과 부드럽고 시원한 ‘콩즙’
부드럽고 달콤합니다. 묵 위에 올려진 가지 갈은 것과 강낭콩 순도 신선한 맛이 잘 어울려요.
- 처음요리 (닭): 육계와 밤, 대추로 소를 채운 뒤 홍삼 육수로 만든 만두피로 빚은 ‘계만두’
국물(소스)은 도미 요리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 뭔가를 잘 우려낸 맛. 만두는 … 맛을 표현하기 애매한데, 고급스런 닭 맛이에요.
담겨져 나온 그릇도 예뼜습니다. 다 먹은 후의 모습.
- 처음요리 (대게): 대게 육수로 쑨 청포묵과 ‘대게찜’
청포묵 사이사이에 대게 내장으로 만든 소스를 층층이 끼워넣었는데, 맛이 좋았습니다. 묵이 부드러웠어요. 대게는 뭐.. 아시죠? 맛있는 게 맛입니다.
중심요리: 흑돼지, 금태, 채끝등심
- 중심요리 (흑돼지): 된장에 숙성하여 훈연한 ‘흑돼지찜’
돼지고기는 숙성과 훈연을 거쳐서인지 부드럽고 먹기 참 좋은 상태입니다. 옆에 보이는 것은 더덕과 소금, 그리고 위 조그만 접시에 담긴 것은 매실장아찌. 웬 더덕? 하고 처음에는 생각했지만, 같이 먹으면 더 좋았어요.
- 중심요리 (금태): 화요 막걸리에 숙성하여 부드럽게 구워낸 금태에 백태콩조림을 곁들인 ‘금태구이’
금태는 남해에서 잡히는 눈 붉은 생선의 일종이라고 합니다. 막걸리에 일주일 숙성해서인지, 짭조름한 맛과 달콤한 맛이 같이 잘 납니다. 잘 구워진 껍질이 특히 맛있어요.
밑에 있는 콩조림 역시 일본식 낫토 말린 것의 고급형 과자 느낌입니다. 부드럽고 술안주로 계속 집어먹을 것 같은 맛이에요.
- 중심요리 (채끝등심): 전통간장 양념에 재워 구운 ‘채끝등심구이’
한 달 이상 숙성시킨 후, 배즙과 간장을 두 시간 재워서 마무리한 등심. 안타깝게도, 설명만큼 대단한 맛은 아니었어요. 고급스러운 LA 갈비 느낌과 맛, 그정도.
같이 나온 김치 겉절이는 아삭아삭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와인 페어링을 해서 총 5잔의 술이 나왔는데, 따로 소개하지는 않았었네요. 음식 위주로 사진을 찍고 기록을 하다 보니… 등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레드 와인이 매치되었고, 이 페어링이 특히 좋았습니다. 뭔가 달콤한 LA갈비 소스같은 맛을 와인이 잘 잡아줬어요.
채움요리: 민어솥밥 한상차림
- 채움요리(민어): 민어뼈를 우린 육수로 지은 밥에 구운 대파와 민어살을 비벼먹는 ‘민어 솥밥’
이렇게 예쁜 형태로 솥밥이 나옵니다. 보여준 후에, 먹기 좋게 잘 버무려서 다른 반찬들과 함께 나온 것이 다음 사진.
반찬들도 맛깔스럽고, 아욱국도 향이 좋고 시원합니다. 민어솥밥은 밥이 맛있다는 것이 뭔지를 느끼게 해 줍니다. 사실 한식을 외국인들에게 소개할 때 이 밥상 하나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요.
맺음요리: 조악전, 빙과
맺음요리(팥): 백진주 쌀가루를 반죽하여 팥과 설탕 소를 넣어 번철에 지진 ‘조악전’
맺음요리(전통주): 전통 탁주를 알코올을 날린 후 대추, 감초, 계피 등을 우려 만든 ‘빙과’
이번 사진은 왼쪽에 조악전, 우측에 빙과, 가운데 디저트 와인입니다. 조악전은 흔히 먹는 떡인데, 맛이 깊고 고급스런 느낌의 떡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겠네요. 빙과는 색깔은 바닐라 아이스크림같은데 맛은 대추와 계피 향이 느껴지는 깊고 그윽한 맛이었어요. 디저트 와인 또한 적당히 달아서 입가심하기에 좋았습니다.
이렇게 식사를 마치고, 기분좋게 나오면서 밖을 바라봅니다. 꼭 룸이 아니더라도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들은 많으며, 테이블간의 간격이 넓어서 오붓하게 식사할 수 있는 홀입니다.
총평
미슐랭 1스타가 아깝지 않은 곳입니다. 미슐랭 3스타를 받은 라연보다 음식맛이 더 나아요. 서비스 또한 깔끔하고 전문적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한 분이 요리와 와인 모두를 설명해 주셨는데, 막힘없고 자연스럽게 설명해 주셔서 놀랐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좀더 알고 먹으면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어서 좋지요.
- 곰돌이 가이드 1스타입니다. (1스타: 중요한 손님이 오셨을 때 안심하고 갈 수 있음)
상호: 비채나
주소: 서울특별시 송파구 신천동 올림픽로 롯데월드 타워 81층
추신
전에 테이스팀 대표님이신 @reinjun님을 뵙고 나서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고, 미력하게나마 기여하고자 테이스팀의 원 취지처럼, 나의 미슐랭 가이드라 할 만한 식당 가이드를 쓰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상에 치이다 보니 차일피일 미뤄졌고… 그러다 보니 내일이면 @weboss 밋업에서 대표님을 또 뵙겠더군요. 그래서 직전에라도 이렇게 가칭 ‘글로리 가이드’ 1편을 써 봅니다. 글로리 가이드는 테이스팀 글로벌에서도 연재할까 생각중입니다.
(예고: 글로리 가이드 2편은 제가 서울에서 미슐랭 곰돌이 3스타를 준다면 이곳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는 모수 입니다.)
맛집정보
비채나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송파구 신천동 올림픽로 300 롯데월드 타워 81층
이 글은 Tasteem 컨테스트
외국인에게 추천하는 한국의 맛에 참가한 글입니다.
테이스팀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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