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가이드 스타급의 식당을 직접 가보고 추천하는 글로리 시리즈 2편, 임프레션 입니다. 참고로 1편은 분위기있는 (접대용) 한식 정찬 비채나 였습니다.
2편 예정은 이태원 “모수”였으나, 이번달(11월) 초에 오픈한 이 식당이 너무 괜찮은 것 같아서 알리고 싶은 마음에 먼저 후기를 씁니다. 비채나, 모수 다 2019 미슐링 가이드 1스타이고, 내년 가이드에는 임프레션도 최소 1스타가 확실해 보입니다. 현재 퀄리티가 유지된다면 2스타일 확률이 더 높구요.
- 이 글은 테이스팀과 @promisteem과의 협업으로 “매주 테이스팀 하나씩 쓰기!” 에 참여하는 글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1주 1서평에 이어 1주 1테이스팀 도전!
레스토랑/쉐프 소개
레스토랑 홈페이지에서 옮겨온 소개는, “이 땅에서 자란 식자재를 활용하여 숙성과 발효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한국 본연의 요리법을 접목한 컨템포러리 프렌치 퀴진” 입니다.
저의 번역은, “한국 식자재 및 조리법(숙성, 발표) 를 활용한 요리들이 프랑스 코스요리처럼 나오는 것” 입니다. 식사를 하고 나서 한식과 프랑스식 조리법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으면 만들 수 없는 요리들이라고 생각했어요.
이곳의 쉐프 Allen Suh는 미슐랭 가이드 레스토랑들, 특히 2013년부터 Eleven Madison Park(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들 중 하나입니다. 미슐랭 가이드 등에서 1위를 자주 차지하죠) 에서 수쉐프(sous chef, 부주방장)로 있었던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17년만에 모국에 돌아와서 자신의 요리를 펼치고자 11월 초에 이 식당을 오픈했다고 합니다. 이런 고급 식당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우리 나라도 이런저런 문화가 많이 발달하고 있는 것 같아 기쁩니다.
주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언주로164길 24
전화번호: 02-6925-5522
레스토랑 도착
도산공원 뒤편, 식당들이 많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더키친 살바토레쿠오모와 강서면옥 사이.
테이블은 5-6개 정도 있었고, 2인용 테이블이 따로 있지는 않고 다 4인용 정도의 사이즈였습니다. 내부는 신장개업한 곳 답게 깔끔하고 예뻤어요.
화장실에 다녀옵니다. 역시 고급 레스토랑답게 잘 정돈되어 있어요.
사람이 없을 때는 어떨까? 하고 레스토랑 홈페이지를 찾아보았더니 아래 사진이 있더군요.
왼쪽의 테이블은 좀 특이하게 생긴 자리로, 1인 식사시에 유용해 보입니다. 그리고 우측 키친이 저렇게 잘 오픈되어 있어서 식사할때도 사람들이 바삐 준비하는 과정이 다 보입니다.
메뉴입니다. 이런 급의 레스토랑들답게 그냥 코스 요리이구요, 그때그때 제철 재료를 사용하여 요리 내용은 바뀝니다. 식사가 1인당 18만원, 와인페어링이 9만원.
이곳의 명물 중 하나는 무알콜 페어링인데요 (5만원), 제가 방문했을 때는 (11/10) 안타깝게도 재료가 떨어져서 맛을 볼 기회는 없었습니다. 한두잔 정도 샘플로 맛볼 기회가 있었는데, “발효시킨 맛있는 주스” 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어뮤즈 부슈
어뮤즈 부슈(amuse bouche) 입니다. 세계 3대 진미인 송로버섯(truffle), 캐비어, 푸아그라를 다 맛볼 수 있게 메뉴를 구성했다고 합니다.
위쪽부터 삭힌 방어+크래커, 된장에 이틀 숙성한 푸아그라 (좌), 캐비어+철갑상어살 (우), 그리고 맨 아래 송로버섯과 감자.
삭힌 방어는 그 식감이 느껴지기보다 아래 있던 크래커의 바삭함이 더 강하게 느껴져서 좀 이상했는데, 나머지는 다 좋았습니다.
푸아그라를 된장에 숙성해서인지 특유의 느끼함이 기분좋을 정도로 줄었고 향도 좋았어요. 캐비어의 상큼한 알 터지는 맛이야 유명한데, 철갑상어는 특별히 다른 게 느껴지지 않는 “생선” 맛이긴 했지만 잘 어울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송로버섯 향은 입에서 퍼져나가는 것이 일품이었고, 감자 껍데기의 식감이 아주 좋았습니다.
우측 위에 보면 조그만 잔에 웰컴드링크가 있었는데, 맛이 정말 좋았어요. 이런 형태로 무알콜 페어링이 나온다고 들었기에, 이날 무알콜 페이링을 해보지 못했던 것이 더 아쉬웠어요.
에피타이저
다음으로 나온 것은 버섯 요리들입니다. 버섯 육수맛이 정말 깊었어요. 다만 육수에 감탄하느라 버섯 자체는 감흥이 조금 적었네요.
윗 사진에서 왼쪽 위에 있던 버섯 요리를 클로즈업했습니다. 버섯 안에 무스가 아주 좋았어요. 버섯과 같이 먹으면 입에 감기면서 부드럽게 어울려주는 느낌.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빵입니다. 그릇이나 식기류도 참 예쁘고 좋았는데요, 예를 들어서 이 버터 발라먹는 나이프도 모양, 색깔, 사용감 다 좋았습니다. 하나 사가고 싶었어요.
잠깐, 하나 사가고 싶다면… 이 버터가 1순위였습니다. 해초를 넣어서 직접 만들었다고 하는데, 평소에 버터를 잘 먹지 않는 제가 마구 먹을 정도로 맛이 좋았습니다.
생선과 전복 요리
껍질의 바삭바삭함과 구수한 육수의 조화가 일품이었던 생선 요리.
다음으로는 된장에 숙성시킨 전복 요리. 쉐프님이 이렇게 전복 형태를 가져와서 보여주시고,
이렇게 반으로 잘려서 소스와 샐러드(?) 와 함께 나옵니다. 이 샐러드가 상큼해서 전복 요리와 매우 잘 어울려요.
이것과 같이 마신 술이 김포예주였던 것 같은데, 페어링 참 좋았습니다. “예주” 라고 하면 제사 때 올리는 술로 알려져 있는데, 맛은 고급 사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권숙수 등 고급 한식당에서도 페어링으로 맛보았던 것 같아요.
육류의 시작: 오리고기
입가심으로 얼린 귤 소르베가 나옵니다. 츄파춥스 사탕처럼 생겼어요!
이제 육류가 나올 차례. 오리고기로 시작합니다.
14일간 숙성시킨 오리라고 합니다. 껍질이 두껍고 식감이 좋았고, 신기했던 것은 옆에 있는 셀러리와 사과 샐러드, 그리고 셀러리 퓨레와 오리고기 맛이 기막하게 어울렸다는 점입니다. 저는 셀러리 평소에 잘 먹지 않는데, 이날은 싹 비웠어요.
메인 요리: 한국식 한상차림
이제 메인 요리가 나올 차례입니다. 그 전에 요리들을 놓을 받침들이 왔는데, 얼핏 봐도 원목으로 잘 만든 특이한 받침들입니다.
위에 밑반찬들이 차곡차곡 쌓입니다.
메인 요리까지 나오면서 완성. 뭔가 한국식 한상차림같죠?
왼쪽 멀리부터 차례로: 식혜절임 토마토는 나머지를 먹고 나서 입가심으로 먹었고, 감자를 딤섬 비슷하게 만든 형태도 한입에 먹기 좋았습니다. 우측 샐러드는 신선한 풀들이었구요.
그 다음 줄은 소 꼬리 요리, 나물 반찬, 그리고 새우젓.
위의 해초를 넣은 버터가 사가고 싶은 1순위라면, 이 새우젓은 0순위입니다. 적당히 짭쪼름한 맛과 새우맛이 곁들여져서… 그냥 먹어도 좋고 순대 등을 찍어먹으면 더 좋을 것 같았어요.
숙성 암소 고기입니다. 역시 옆의 양파(?) 와도 잘 어울렸어요.
반찬 중 하나였던 소 꼬리를 이용한 요리입니다. 보기에는 녹은 장조림처럼 생겼는데, 맛이 특이하게 좋습니다.
한상차림에는 국물이 빠질 수 없죠. 누룽지탕 같았던 “시원한” 느낌을 주는 국입니다.
디저트
이제 디저트 차례죠. 연유를 얇게 만든 것 사이에 뭔가 이것저것 섞은 무스 같은 것이 들어있는데, 입안에서 깔끔하게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전주 모주를 베이스로 한 아이스크림. 바삭하고, 상큼합니다. 입가심으로 딱이었어요.
초콜렛과 디저트 와인 페어링. 디저트용 식기도 색깔도 깔끔하고 사용감이 매우 좋았습니다.
오미자 소르베와 오미자로 만든 젤리. 소르베와 젤리가 잘 어울리는 경우는 드문에, 이게 바로 그런 경우였죠.
마지막으로 차. 차를 마실 때 사용되는 주전자와 잎받침도 사고 싶을 만큼 예쁘고 실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차 종류를 여러 가지 고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카시아꽃과 겹벚꽃차를 마셔보았는데 은은한 향이 특히 좋았습니다.
와인 페어링
무알콜 페어링(주스 페어링) 을 맛보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와인 페어링도 좋았습니다. 소믈리에가 프랑스 분이어서 한국 술 외에는 다 프랑스 와인이었는데요, 요리랑 잘 어울려서 페어링의 목적을 충실히 달성했습니다.
와인 사진들은 딱히 찍지 않았는데, 이 사진 하나만 있네요. 메인요리와 같이했던 맛이 강하고 spicy했던 와인이었는데, 와인병 위쪽에 보면 신기한 기구가 달려있습니다. 저건 와인 코르크 마개에 얇은 주사바늘처럼 빨대를 꽂아서 와인을 빼내는 기구인데, 저렇게 하면 맛의 변화 없이 6개월 정도 와인을 마실 수 있다고 합니다.
총평: 뉴욕에서의 근사한 디너
식사평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뉴욕에서의 근사한 미슐랭 1~2스타급 디너입니다. 인테리어나 요리 스타일도 그렇지만, 쉐프와 소믈리에 다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예전에 뉴욕에서 기념일 등에 식사할 때의 느낌이었어요.
오픈한 지 며칠 되지 않은 곳인데도 서빙 등도 매우 깔끔했습니다. 신경을 많이 썼구나, 하고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럽게 식사의 모든 과정이 흘러갔어요.
가격도 숫자 자체로는 결코 낮지 않지만, 식사의 퀄리티를 고려하면 디너 코스와 와인 페어링 둘다 매우 합리적인 가격입니다. 식사 후 쉐프와 소믈리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실제로 제가 궁금해서 질문한 것 중 하나는 가격 책정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 하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긴 한데, 이런 좋은 레스토랑에 오래 오고 싶은데 이 가격으로는 유지가 될지 의문이었거든요.)
다른 고급 레스토랑 대비 특별히 좋았던 점은, 숙성과 발효 부분이었습니다. 이게 프랑스식으로 재해석된 느낌이었는데, 다른 곳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독특한 맛이었어요.
내년 미슐랭 가이드에 2스타로 올라갈 수 있을지 기대되는 곳입니다. 더 알려져서 자리잡기 힘들기 전에 미리 다녀오세요!
맛집정보
임프레션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동 언주로164길 24
이 글은 Tasteem 컨테스트
내가 소개하는 이번 주 맛집에 참가한 글입니다.
테이스팀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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