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eep No More: 직접 발로 뛰어야 볼 수 있는 공연

2011년부터 뉴욕 맨해튼 McKittrick Hotel에서 공연되고 있는 Sleep No More은, “관객 참여형” 공연입니다. 배우들이 대사가 거의 없이 발레하듯이 율동하면서 연기를 펼치고, 관객들이 장소를 이동하면서 알아서 관람하는 형식인데요, 한번은 가보실 만합니다.


일부분만 관람 가능 - 전체 진행이 어떻게 되는지 알기 어렵다


일반적인 공연이나 뮤지컬은 정해진 무대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펼치고, 관객들은 지정된 자리에 앉아서 관람하는 형태이죠. 하지만 이 공연은, 전체 6층인가 되는 호텔 전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배우들이 연기를 펼치고 관객들이 알아서 이동하면서 관람해야 하는 형식입니다.

2층에서는 무도회가 열리고 남녀노소 춤을 추고, 3층에서는 밀담이 이루어지며, 4층에서는 살인이 일어나고, 등등… 그래서 살인 장면을 보고 싶으면 그 시간에 맞춰서 4층에 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살인 후 살인자가 어디로 이동하고 그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으면, 살인자를 따라아갸 합니다. 말 그대로 뛰어서 따라가야 하고, 놓치면 그냥 못 보는 겁니다.

그러면 스토리를 대부분 놓치고, 보고자 하는 스토리도 연결이 안될수도 있겠네? 라는 생각이 드실겁니다.

  • 정확합니다. 저는 2번 봤는데 아직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 부분이 가득합니다.

총 3시간 정도 진행이 되는데, 똑같은 흐름이 한 시간마다 반복된다고 합니다 - 그래서 같은 흐름이 3번 진행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이론적으로 한시간 동안 한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면 다 볼 수 있고, 그러면 흐름 2,3개는 한번 방문에 다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가정을 할 수도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게 배우들을 따라가는게 어려워서 많이 놓치게 되고, 층간 이동거리도 꽤 멀며, 시간의 흐름을 그 안에서 잡는다는 게 쉽지도 않고, 배우들이 여럿이라 기껏해야 한둘 따라다니는게 고작이거든요.

무도회에서 열 명 정도가 춤추다가 주요 인물 서넛이 다른 방향으로 갈라져 가면, 누굴 따라가야 할까요? 제가 찾은 정답은 한 명 찍어서 죽자살자 따라다니거나, 아니면 가장 가까운 사람을 따라간다 였습니다. 배우들의 움직임이 빠른데다 다른 관객들이 길을 막게 되는 경우도 많아서요.


분위기 잡고 입장


호텔에 입장하면 소지품 및 외투를 맡기고 나서 티켓 확인을 하면서 트럼프 카드를 한 장 줍니다. 1930년대 풍의 바에 안내됩니다. 옛날 재즈 음악이 흐르는 바에서 기다리다 보면 턱시도 차림의 남자가 매우 느끼하게 일부러 깔아서 내는 목소리로 안내를 합니다. 안내라는 게 별 것 없고, 입장 시에 받은 트럼프 카드 숫자를 부르고 그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이제 공연장으로 간다는 내용.

특정 번호의 관객들은 어두운 방으로 안내되고, 그곳에서 하얀 가면을 받습니다. 이제 공연 내내 이 가면을 쓰고 있어야 하며, 절대 말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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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시작부터 선택의 연속


두 번 가본 경험에 따르면 입장 시간에 따라 이후 안내가 달라집니다. 일찍 입장하면 엘레베이터를 타고 이동한 후 어떤 층에서 내립니다 - 이후 안내자가 위냐 아래냐, 알아서 골라! 하고 사라집니다. 그러면 우왕좌왕하다가 위쪽이나 아래쪽 계단을 통해 어떤 층에 입장하게 되고, 그때부터 관람 시작.

초기 입장이 아니라 중간 입장을 하게 되면, 특정 층에 풀어놓습니다. 아마 충돌 방지용 및 시간 절약용일듯…

이후에는 그냥 알아서 즐기면 됩니다. 특정 배우를 따라가던, 한 자리를 지키고 배우들이 오가는 것을 보던, 등등. 뛰다 보면 꽤 힘들어서 중간에 쉬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보입니다.


줄거리는?


여기까지 썼는데 공연 내용이 하나도 없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셨을 겁니다. 그 이유는, 이게 공연 “줄거리” 라는게 애매한데다 어떤 줄거리를 보러 간다기보다는 연기를 체험하러 가는 공연이다 보니 실제 공연 내용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인데요.

메인 줄거리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Macbeth) 스토리입니다. 워낙 유명한 희곡이라 딱히 설명은 필요없을 듯 하고… 공연장인 호텔 각 층에서 맥베스 줄거리가 공연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몇 개 층에서는 맥베스의 사이드 스토리들 - 저처럼 원본 대신 요약본을 읽은 사람들은 뭔지도 모르는 - 이 공연되고, 한두개 층에서 우리가 다 아는 메인 줄거리인 왕을 죽이고 괴로워하는 맥베스, 세 마녀에게 점괘를 받는 모습, 맥베스가 죽는 모습 등이 공연됩니다.


실제 공연 장면


어떤 장면들이 있냐면요… 사진 촬영은 금지라 Sleep No More Explained: A Look at Interactive Theater 에서 사용된 사진들을 가져와 보겠습니다. (Photo by Robin Roemer and supplied by Sleep No More, used with permission (no photos are allowed during the performance)

이건 맥베스가 살인 후 피묻은 손을 닦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 전후로 맥베스 부인과 맥베스의 연기가 일품입니다. (저 욕조 물에 들어가서 목욕하는 장면에서 다 벗습니다. 남자 배우들이 전라로 연기하는 장면이 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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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두 명 뒤에 보이는, 하얀 가면을 쓴 사람들이 관객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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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한번은 꼭 가볼만하다.


개인적 평점은 첫번째 관람에서는 9.5점, 두번째 관람에서는 8점입니다. 아무래도 처음에는 신선함과 새로움이 강렬해서 느낌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아니면 3년 전쯤이라 더 젊어서 더 잘 뛰어다녀서 그랬으려나…

한번은 꼭 가볼만한 공연입니다. 3년 전에 비해 이번에 갔을 때는 아시안, 특히 중국 관객이 엄청 늘었더라구요. 아마 여행객 자체가 늘어났을 수도 있으나 블로그 등으로 소개가 많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영어가 능통하지 않은 관광객 입장에서는, 아예 말이 없는 이런 공연을 보는 것이 더 나을 확률도 높구요.


방문하시게 된다면


  1. 맥베스 줄거리 꼭 다시 리뷰하고 가세요. 가능하면 원 소설을 읽는것도 추천.

  2. 공연 안내에도 있지만, 생각보다도 많이 뛰게 되니 편한 신발과 옷 준비. 운동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3. 공연 시작했는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들면 욕조가 있는 방에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사람이 아예 없으면 좀 있다 와야함) 맥베스와 맥베스 부인이 있는 부분부터 볼 수 있으면 맥베스만 따라가면 메인 줄거리는 거의 다 볼 수 있습니다. 왕 살인 전후 고뇌하는 장면과 마녀들의 의식 부분이 하이라이트입니다.


  • 첫 AAA 리뷰였습니다. 이번 뉴욕 방문에서 관람한 공연 3개 중 첫번째의 리뷰이고, 나머지 2개도 곧 작성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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