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핫한 뮤지컬은 단연 해밀턴(Hamilton) 이었습니다. 2015년에 나온 이후 온갖 상을 휩쓸었고,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일 정도로 인기가 높았죠.
미국에 머무르던 기간에는 딱히 관심도 없었고 티켓도 엄청나게 비싸고 해서 가볼 생각이 없었는데, 이번에 여행을 가서는 다행히 괜찮은 시간과 자리를 구해서 가보게 되었습니다.
우선 결론을 요약하면
- 색다른 랩이라는 시도, 무대 연출, 내용 등 최고의 뮤지컬이라는 표현에 걸맞는 공연
- 미국 독립과 건국 역사를 다룬 내용이라 외국 관객에게는 감동이 덜할 수 있음
해밀턴은 2004년에 쓰여진 책을 뮤지컬화한 것으로, 미국 건국의 아버지 (founding fathers) 중 하나인 알렉산더 해밀턴의 일대기입니다.
다른 뮤지컬들과는 달리,
- “노래” 가 거의 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캐스팅이 대부분 유색인종입니다.
2번의 경우는 제작자의 신념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래서 대부분의 주, 조연 배우들이 백인이 아닙니다. 흑인들이 랩을 더 잘한다는 추상적인 개념과 좀 들어맞기도 하지만…
1번의 경우, 과연 랩이 뮤지컬에 어울릴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관람해보면, 랩의 특성상 가사를 알아듣기 힘들다는 것 빼고는 매우 무대 연출과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가사를 알게 되면 무심결에 계속 흥얼거리게 되구요. 저는 랩은 평소에 들어본적이 거의 없는데도, 요즘도 해밀턴 랩은 가끔 찾아 듣곤 합니다.
해밀턴 공연장 앞의 긴 줄이 건너편에 보입니다. 저게 티켓 예매를 위한 줄이 아니라, 이미 티켓을 가진 사람들이 입장하기 위해서 늘어선 줄입니다. 저도 저 줄 뒤에 가서 섰죠.
극장이 작고 시설이 딱히 별로 좋지 않아서, 입장할때는 좀 의아했습니다. 이런 데서 최고 인기의 뮤지컬을 하는 이유가 있으려나?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제가 앉았던 우측 앞쪽 자리에서 무대를 찍어보았습니다. 좁은 극장에 자리를 최대로 우겨넣은 듯 좌석은 매우 좁습니다. 키가 별로 크지 않은 저도 앞 좌석까지의 거리가 짧아서 불편함을 느꼈을 정도. 비행기 이코노미석에 앉는 기분보다 좀더 좁은 느낌입니다.
시설은 이렇게 별로인데… 무대와 공연은 환상적입니다. 티켓값이 아깝지 않았고 명성은 허명이 아니었어요.
저는 해밀턴 일대기와 주요 랩 가사를 대강 읽어보고 갔는데, 공연을 보기 전에 좀더 준비를 하고 가면 훨씬 더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해밀턴 줄거리와 랩 가사들을 적어도 한번은 읽어보고 가야할 것 같아요.
한국말 랩도 알아듣기 힘든데, 영어 랩은 더 알아듣기 힘듭니다. 일반 뮤지컬들의 노래는 그나마 따라갈만 한데 말이죠. 그리고 가사 내용도 그 당시 미국 역사를 모르면 이해하기 힘들구요. 준비가 좀 필요합니다.
그리고 내용이 아무래도 미국 독립 및 건국 관련이다 보니, 미국 사람들이 딱 좋아할만한 주제입니다. 외국 관객들에게는 그다지 와닿지 않을수도 있지요.
랩이 아닌 노래는 몇 개 없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고 호응도 좋았던 것은 영국 왕으로 나오는 배우가 솔로로 부르는 노래입니다. 관객들의 호응도 대박이었죠.
요즘도 자주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인데, 미국 역사 공부에도 좋고 가사 자체도 맛이 납니다.
결론을 다시 언급하며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 색다른 랩이라는 시도, 무대 연출, 내용 등 최고의 뮤지컬이라는 표현에 걸맞는 공연
- 미국 독립과 건국 역사를 다룬 내용이라 외국 관객에게는 감동이 덜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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