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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그렇듯, 한 주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일요일 저녁 @promisteem 서평 시간입니다!
오늘은 제가 일년에 한번쯤은 다시 읽곤 하는, 일반적이지 않은 책에 대해서 써볼까 합니다. 지금까지의 서평과는 두 가지의 차이점이 있는데, 첫째는 영어로 쓰인 책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투자/교양/소설 등이 아니라 포커에 관련된 책이라는 점입니다. (쓰고 보니 포커도 투자/투기/게임의 일종이라고 해도 될지도 모르겠네요)
Gus Hansen?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대부분이 저자 Gus Hansen을 모르실 겁니다. 그냥 덴마크 출신의 프로 포커 플레이어 (이 전에는 테니스도 꽤 쳤다는군요) 라고만 이해하셔도 충분합니다.
온라인 포커보다는 오프라인 포커, 특히 토너먼트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공격적인 스타일입니다.
Every “Hand” Revealed
포커 대회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널리 알려진 것은 텍사스 홀덤인데, 요즘은 한국에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게임은 각 플레이어가 자신의 카드 2장을 가지고, 5장의 커뮤니티 카드를 공유하는 방식이어서 어찌 보면 상대 카드 2장을 추측하는 게임이 되므로 좀더 예측이 쉽다고도 할 수 있으나, 실제로 해보면 매우 복잡하고 다이나믹한 게임입니다.
홀덤에서는 개인 카드 2장을 “hand” 라고 표현하기에 (다른 포커 게임에서도 비슷하게 부르기도 합니다), 이 책의 제목을 직역하면 모든 개인 카드를 공개한다, 라는 뜻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우승자의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이 책의 제목은 “모든 개인 카드를 오픈했다”, 즉 모든 판에서의 자신의 패와 그에 따른 자신의 생각의 흐름을 기록한 책입니다. 2007년 Gus는 Aussie Millions Championship에서 우승하였고, 처음 시작부터 우승 순간까지의 거의 모든 Hand와 (자신이 참여한) 그 Hand를 어떻게 플레이했는지를 Gus가 소형 녹음기에 정보를 녹음해두었다가 그것을 바탕으로 설명을 덧붙인 것이지요.
젊을 때 포커를 꽤 즐겼기에 많은 책들을 읽고 공부했었는데, 이 책만큼 도움이 되고 재미도 있었던 책은 없습니다. (홀덤에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예를 들면, Dan Harrington의 책은 교과서 느낌이거든요.)
포커 중계를 보면 우리는 각 플레이어들의 패와 그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액션하는 지를 볼 수 있으나,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생각에서 저런 행동을 하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해설자들은 양쪽 패를 다 보고 있으니 그냥 분위기 띄우기를 하는것에 불과하구요.
그렇지만 이 책은 마치 내가 Gus의 자리에 앉아서 그의 뇌를 구경하면서 플레이하는 느낌을 줍니다. 내가 이 패를 받았고, 이런 생각을 하고, 그래서 이렇게 하고, 등등. 그래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고 나면 내가 토너먼트 첫날 입장해서 마지막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까지의 5일을 실제로 경험한 듯한 느낌이 들어요. 이 책을 읽으면 다시 읽을때마다 포커에 대해 늘 많이 배웁니다.
영어의 압박이 있을 수 있으나, 사실 홀덤 게임을 안다면 영어는 큰 문제가 아닐겁니다. 그렇게 어렵게 쓰여진 책도 아니고, 글 자체를 재미있고 평이하게 썼거든요.
밥줄 공개 아닌가?
프로 플레이어가 자신의 패턴이나 생각의 흐름을 이렇게 다 공개해버리면 어떻게 하지? 그러니 실제로 자신의 기술이나 생각을 감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물론 진실은 알 수 없는 것이지만, 방송 등에서의 Gus의 플레이 스타일과 책의 내용은 거의 일치합니다. 플레이어들이 갑자기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기란, 그리고 그러면서 우승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Gus가 실제로 공개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서문 마지막에서 Gus는 자신있게 이렇게 말합니다: 성공적인 포커 플레이어의 가장 중요한 스킬은 태세 전환으로 상대가 늘 추측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언제든지 도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으니 날 테스트해 보게나. (So go ahead and test me - I am always up for a challe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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