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 the Bern 을 추억하며.

미국의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이 끝나고, 이제 다음 관람거리는 미 대선 후보 선출 과정입니다.

연임이 가능하기에 공화당에선 그냥 트럼프가 나올거고, 민주당 후보가 누가 될지가 관심사인데요.


미국에서 학생으로 지내는 동안 정치에 관심이 거의 없었습니다. 내 나라도 아니고, 내가 투표할 수도 없으며, 정치가 어떻게 되던 내게는 별 영향이 없었기 때문이죠.

  • 사실 한국에서도 투표를 거의 못해봤습니다. 군대에서 해본 거 외에 거의 날짜가 안 맞아서 못했던듯.

학교를 마치고 나서 사회활동을 하게 되면서 정치 이야기를 더 자주 접하게 되었습니다. 새로 옮겨간 도시가 정치의 중심지여서 그랬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래서 저번 미 대선, 특히 경선 과정은 처음으로 제대로 지켜보게 되었던 선거 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버니 샌더스라는 정치인을 알게 되었었죠.

  • 샌더스의 정책은 솔직히 제 관점에서는 현실적이지 않은 것도 많고 실현 가능하다 해도 바람직하지 않아 보이는 것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정책들 따위는 잊게 했던 것은,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이 사람의 일관성을 보여주는 한 편의 영상이었습니다. 92년이었나, 정치적 타협으로 이라크 공격을 승인한 의회에서, 샌더스는 혼자 전쟁의 명분이 없으며 실익도 없음을 외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우리 모두가 알듯이 대량살상무기 등의 증거는 (거의) 없었죠. 정치적 이슈와 석유 때문의 공격이었다는 설이 힘을 얻어갔구요.

그러자 많은 정치인들이 태도를 바꾸어서 자기는 전쟁에 찬성 안했다는 식으로 나왔는데, 샌더스는 그 때 그대로 선거 유세에서도 말하고 있더군요.


살아온 스토리도 우직하게 감동적이고, 일관성있게 쭉 주장을 펼치고.

신념이 가득한 또라이가 제일 무섭다고는 하지만, 이런 사람이면 한번쯤 밀어줘도 되지 않을까 했습니다. 보수니 진보니 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자기 말을 안 지키고 내로남불하는 인간들이 문제라고 생각하기에.

미국 시민이 아니라 투표는 참가 못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지원 사격도 하고 처음으로 정치 후원금도 후원해 봤습니다.

이렇게 샌더스가 돌풍을 일으키며, 특히 젊은 층의 지지를 얻으며 낙승이 예상되던 힐러리와 접전을 벌이기 시작했죠. 아직도 그 응원 구호가 기억이 납니다.

Bern과 Burn의 발음이 거의 같음을 이용한 재치있는 문구, Feel the Bern.

  • 오랜만에 생각이 나서 보니 이번 2020 대선에서도 쓰이는군요.




그전까지 매우 좋은 언론이라고 생각했던 뉴욕타임스가 노골적으로 힐러리 편을 드는 걸 보고 엄청 실망했던 기억도 나는군요. 그때 언론의 중립성이라는 건 역시 믿을 게 못 되는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 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뉴욕 타임즈가 보여준 태도를 비판하는 댓글이 넘쳐났었고, 저도 그 이후에는 뉴욕타임즈 기사를 딱히 신뢰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힐러리는 민주당 지지자들을 규합하는 데 실패하고, 트럼프에게 패배했죠. 만약 저도 투표권이 있었으면 힐러리보다는 트럼프를 찍었을지도 모르니 뭐…

  • 대선 개표도 라이브로 보면서 이것저것 베팅을 했었는데, 그것 또한 추억입니다.

이번에도 샌더스가 경선을 잘 헤쳐 나갈지, 그리고 지금도 그를 지지할지는 모르겠으나, 2016년 초 지인들과 Feel the Bern을 외치며 샌더스의 경선 돌풍을 스포츠 경기 응원하듯 했던 기억은 좋은 추억입니다.

이번 경선에서는 어떤 돌풍과 기억이 남을지… 기대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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