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원유 ETF 사태를 보면서...

요즘 주식시장에서 제일 핫한 것은 원유 ETF(ETN 등 포함) 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수요가 급감하는데 공급은 별로 줄지 않아서 유가가 한달 사이 폭락하였습니다.

50불 좀 넘게 유지되던 WTI가 순식간에 20불대로 떨어졌고, 그러면서 (투기)자금이 몰려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유가가 떨어지면 더 들어오면서…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홍콩, 미국 등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이 대부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은 ETF인데요, 그러다보니 ETF에 자금이 엄청나게 몰렸습니다.

전례없이 자금이 쏟아지고 선물 가격은 마이너스로 가기도 하는 등 요동치고… 이러다보니 사건 사고가 필연적으로 생깁니다.

이게 극단적인 상황 (블랙 스완?) 을 가정하지 않고 정해둔 규칙들이다 보니, 이런 상황에서는 그 규칙을 지키면서 운용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게 되어버리는거죠.


구체적인 ETF나 상황을 거론하기에는 좀 조심스러워서 일반론적인 것만 이야기하겠습니다.

일단 이런 ETF는 건드리면 위험합니다. 이 구조에 대해서 실제로 알고 매매하는 경우가 별로 없을 정도일 것이거든요…

그냥 아 원유가 2배 가면 내가 산 ETF도 2배쯤 가겠지, 이런 생각이면 그냥 망한다고 봐도 됩니다. 기본적으로 원유 선물 가격 커브에 따른 롤오버 비용, 그리고 그로 인한 가격 반영률 변화 정도는 알고 들어가야 하거든요.

간단한 예로… 요즘같은 콘탱고의 경우 4월물 가격이 15불, 5월물 가격이 30불이라고 합시다.

롤오버하면서 동일 수량의 원유를 만기만 다르게 15불에 팔고 30불에 사는 것이 됩니다. 일단 싸게 팔고 비싸게 사니 무조건 손해죠.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이후에 유가가 다시 올라가도 내 ETF는 그만큼 못 올라간다는데 있습니다.

그 이유는, ETF가 4월물 선물을 100계약 들고 있었다면, 롤오버 때 이걸 팔고 5월물을 매입하면 50계약밖에 살 수가 없어집니다.

그러면 이제 선물 가격이 10% 올라도, 내 ETF는 5% 밖에 못 오릅니다… 들고 있는 계약 수가 반으로 줄어서 수익률이 반으로 줄거든요. 물론 반대로 10% 내리면 ETF는 5% 밖에 안 내리겠지만, 이걸 노리고 ETF를 사는 사람은 없겠죠.


여기에 더해서… 이런 ETF들의 진정한 문제는 헤지펀드 등의 먹잇감이 되기 딱 좋다는 점입니다.

ETF들은 사전에 정해진 룰에 의해서 기계적으로 운용되게 규정되어 있고 그 룰도 공개되어 있습니다. 달리 말해,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ETF 운용사가 뭘 할지 누구나 다 알고 있는거죠.

그렇다면, 이걸 활용(?) 하여 이익을 볼 수 있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특정 날짜에 ETF가 보유한 자산의 20% 만큼 4월물을 팔고 5월물을 사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러면 ETF 운용사는 가격이 얼마던 저걸 지켜야 하거든요.

이걸 알고 미리 4월물을 팔고 5월물을 사둔 후, 더 싼 가격에 ETF로부터 4월물을 사고 더 비싼 가격에 5월물을 팔 수 있죠.

알기 쉽게 생각하면, 유가가 오를지 내릴지 베팅을 서로 하는데 ETF는 패를 다 까고 포커를 치는 격입니다.


마지막으로, 미국 쪽 (USO) 이야기이긴 한데, 이런 ETF들은 헤지펀드 등이 공매도로 이익을 보기에 딱인 상품입니다.

이 부분은 좀 복잡해고 미묘해서 … 그냥 간략하게만 말씀드리면 ETF를 “설정” 이란 방식으로 구해서 매도하고, 이후에 가격이 떨어지면 다시 되사서 갚는 방식으로 이익을 보기 쉬운 구조에요.


아마 이번 일을 계기로 ETF에 예외사항이나 재량권을 넣는 조항들이 생기거나, 뭔가 추가적인 규제 도입 또는 정책 변경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들이 ETF를 많이 사들이기 시작해서 이제 이런 문제들이 더 커질거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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