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북스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계기는, 지난 일요일에 프레센트에서 블라인드 북을 구매한 것이었지요. 블라인드 북이지만 완전 블라인드는 아닌 것이, 저렇게 책 포장지에 간단한 설명은 쓰여 있습니다. 제가 구매한 책의 경우, 아래 사진처럼 “그림 같은 추리소설, 모네의 정원, 세 여인, 한 명의 탈출, 인상주의 반전” 이렇게 쓰여 있었지요.
포장지를 풀어보니, 대문 사진처럼, “검은 수련” 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책 이름도 직관적이지 않았고, 저자도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사진에는 없는, 책에 끼워져 있던 띠지의 선전에는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 2014년 프랑스 베스트셀러 작가 TOP 5, ‘귀스타브 플로베르 대상’ 을 비롯한 7개 추리문학상 석권” 이란 문구들이 있었어요.
추리 소설은, 어릴 때는 아가사 크리스티, 요즘은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즐겨 읽었습니다. 설명에 따르면 이 작가도 꽤 유명하다는데, 저의 무지 때문인지 처음 들어봤네요.
추리 소설은 장르의 특성상,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을 리뷰에 쓸 수 없기에, 사실 북스팀에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잔잔하게, 책을 읽었을때의 느낌과 장단점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
배경이나 인물 등의 묘사가 자세하고 살아 있습니다. 이 책의 배경은 모네의 고장 지베르니인데, (유명한 곳이라고는 하는데 사실 저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들어 본 적이 있다 정도? 한마디로 몰랐습니다) 여길 가본 적도 없고 사진으로도 본 적 없는 것 같지만 책을 읽다 보면 풍경이 손에 잡힐 듯이 그려집니다. 모네가 누군지는 책 읽다 보면 알게 되고, 지베르니도 전혀 몰라도 책을 읽는 데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 다만, 좀더 알고 있으면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고 몰입하기도 쉽겠죠.
역자 후기에도,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검은 수련은 읽는 게 아니다. 모네의 지베르니가 들려주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숨죽이며 듣는 것이다.
동의합니다 - 다만, 듣는다기보다 영화를 보는 느낌이 더 적절한 것 같아요. 시각과 청각이 같이 사용되는 느낌.
훌륭한 묘사, 창의적인 결말, 감동적인 마지막 문단
이 책의 장점은 소문단 제목에 쓰인 세 가지입니다.
책의 종합적 느낌에서 언급했듯이, 일단 묘사가 너무 좋아요. 배경을 묘사할 때는 풍경화를 보는 것 같고, 인물을 묘사할 때는 뮤지컬을 보는 느낌?
결말이 창의적입니다. 책 뒷면에 쓰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깜짝 놀랄 만한 결말은 저자의 천재성을 온전히 드러낸다” 라는 홍보 문구가 틀린 말은 아니에요. 그리고 그 결말이 갑자기 이상하게 붕 뜨지 않도록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번 읽고 나서 생각에 잠기다가, 앞부분 몇 군데를 찾아보니 복선이 잘 깔려 있더라구요.
마지막 문단이 감동적입니다. 이건 철저히 개인적인 선호도일지도… 간결하면서 마음을 울리는 마무리가 눈물 맺히게 합니다. 마치 히가시노 게이고 “유성의 인연” 마지막이나, 쇼생크 탈출(소설) 마지막 부분의 “태평양이 내 꿈에서처럼 파랗기를 희망한다.” (원문은 “I hope the Pacific is as blue as it has been in my dreams. I hope.”) 를 섞어 놓은 듯한 감동이에요.
잦은 시점 전환이 혼란스러울 수 있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고, 단점도 당연히 있습니다. 일단, 세 여인 (천재소녀, 여교사, 노파) 의 시점을 번갈아 가면서 비추다 보니, 좀 정신이 없을 때가 있습니다. 특히 배경에 익숙하지 않으면 더욱 그렇구요. 그래서 챕터를 매일 매일 하루 단위로 끊어놓은 것 같은데, 그것만으로는 사실 혼란이 다 없어지진 않았습니다.
검은 수련, 강추. 블라인드 북, 역시 강추
“검은 수련” 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입니다.
초반 30% 정도는 묘사에 빠져서,
이후 30% 정도는 수수께끼를 풀어보려는 생각으로,
다음 30%는 대체 이거 결론이 어떻게 나지?
마지막 10%, 결말에서는 아………..
작가(미셸 뷔시)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서 읽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검은 수련” 은 괜찮은 책입니다. 추천할 만해요.
그것보다 더 추천하고 싶은 것은, “블라인드 북” 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익숙한 것만 하게 되고, 독서도 내게 익숙한 쪽을 하게 마련인데, 블라인드 북 덕분에 이렇게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접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북스팀] 검은 수련 (프레센트 블라인드 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