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 $%야! 그거 내가 소리 안나게 옮기라고 했지?”
“이병 곰 돌 이! 네 알겠습니다!”
“알겠다고 말만 하지 말고, 실제로 잘 해야 될 거 아냐. 이병 &%가 빠져가지고…”
크리스마스 이브. 연인들의 명절이라고 불릴 정도로 길거리에는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이 넘치고, 집에서도 케이크를 자르며 휴일을 만끽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날, 이등병 J와 K는 소속 부대 장군님의 이사짐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휴가를 나가지 못해서 부대에 남아 있다가 같이 노동에 동원된 선임들의 갈굼도 같이 받으면서.
이삿짐은 다행히 많지 않았고, 너그러운 장군님 사모님의 배려로 즐거운 피자 + 치킨 회식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J와 K는 그래도 이정도면 괜찮은 크리스마스야, 라고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다음에 어떤 일이 올지 모른 채로 말이죠.
저녁 시간 후, 대강당으로 집결하라는 방송이 나왔습니다. 며칠 전에, 장군님께서 특별히 장병들 위문 행사를 한다고 하셨던 것이 얼핏 기억이 나는군요. 요즘도 영화에서 보이는 배우 $#@의 사회와 함께, 크리스마스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끝나갈 즈음에.
“자 이번 순서는, 단장님께서 기획하신 오늘의 메인 이벤트입니다. 커튼 뒤에, 이등병 세 명의 어머님들이 계십니다. 육군, 해군, 공군 한 분 씩입니다. 내 어머니가 오셨을 것 같다, 라는 이등병들은 질문 주세요!”
어? 이등병 대상 이벤트네? 선임들 눈치를 보면서도 편한 의자에서 늘어져 있던 J와 K는, 갑자기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기 이등병이 몇백 명인데, 설마 내 엄마겠어,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말이죠.
앞쪽에서 몇 번의 질문이 있었고, 커튼 뒤에 아주머니들이 애매한 답을 해주고 계셨습니다. 어느 순간, K가 갑자기 상기된 표정으로 J를 쳐다봅니다.
“J, 왠지 우리 엄마인거 같애. 목소리가 비슷해.”
J는 K가 희망에 빠져서 정상적인 사고가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적인 발언으로 괜히 동료의 기를 꺾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냥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고 있었지요.
“자, 이제 내 어머니가 커튼 뒤에 계신다, 라는 이등병들은 일어나세요!”
K를 비롯해서, 얼핏 봐도 열 명은 넘어 보이는 이등병들이 일어났습니다.
“자 그러면 커튼을 올리겠습니다. 어머님 앞으로 이등병들은 힘찬 함성과 함께 나와주세요!”
어??? K가 갑자기 울 듯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나갑니다. 진짜였어? 정말? 부대 선임들도 같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느낌의 해후의 시간이 잠시 흐르고..
“이등병들은 어머님을 업습니다! 실시!”
이제는 익숙해진 군대 말투와 함께, 군복을 입은 아들들의 너른 등에 어머님들이 업혔습니다.
“한가운데 통로로 어머님을 업고 행진합니다!”
“이등병들은 어머님을 업은 채로 그대로 강당을 나가서 차량에 탑승합니다! 단장님께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특별히 4박 5일 휴가를 주셨습니다! 휴가는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입니다!”
어떤 공연보다도 더한 환호와 함성, 아니 비명이 강당을 가득 메웠습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분대장 L이 말했습니다.
“A병장이 여자친구랑 낭만적인 이브를 보내겠다고 온갖 계획을 짜던데, 성공했나 모르겠네. 내가 보기엔 가장 낭만적인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사람은 K와 K의 어머님일 것 같은데?”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이거야말로 군대에선, 특히 이등병에겐 크리스마스의 낭만이자 기적이지. 라는 웅성임도 들렸구요.
“야 근데… K가 원래 내일 새벽 경계 근무인데 이러면 다른 사람이 해야겠네. 보자… J야, 너다.”
이렇게, J는 크리스마스 아침에 핫팩을 끌어안고 경계를 섰고, K는 입대 후 첫 휴가를 나간 집에서 즐거운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둘다 나름 낭만적인 크리스마스 아침이었겠지요.
한참의 시간이 흘렀지만, J는 여전히 살면서 가장 다양한 일들이 있었던 그날의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억합니다. 그리고 “낭만에 대하여” 라는 글제를 보았을 때, 그날의 낭만적인 이벤트를 떠올립니다. 금요일 밤 술기운에 취해서만은 아닐 거에요. 전역한 지 한참 지난 지금도, 이토록낭만적인 이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1990자, 공백 포함)
이 글은 한여름 밤의 도라지 위스키, 글쓰기 공모전 공지입니다. 출품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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