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이 제2의 페이스북이 될 수 있는가? 라는 화제는 여러 번 논의되었지요. 그런데, 이것에 앞서, 과연 우리는 페이스북의 전망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페이스북의 수익 모델과 그것의 지속성에 대해서 알아보고, 스팀잇과 비교해보면서 마치겠습니다. 저의 생각뿐만 아니라,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도 반영되어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 주의: 이 글은 투자 권유 또는 투자 의견 제시의 목적으로 쓰여진 것이 아닙니다. 모든 투자는 개인의 책임입니다.
1. 페이스북의 수익 모델은?
페이스북은 광고주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인터넷 플랫폼입니다. 기업은 결국 매출을 어디에서 어떻게 올리는지에 따라 그 기업의 정체성이 결정됩니다. 그렇다면, 전체 매출의 99%가 광고 수입인 페이스북은 그냥 광고 (중개) 회사인거죠.
사람들간의 안부 교환이나 의견 개진, 일상 생활 공유 등의 것들을 사용자가 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회사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플랫폼을 쓰게 해주고, 대신 광고를 중간중간에 넣어서 보게 합니다. 사용자의 인적 사항이나 활동 정보를 수집하여 그 사용자에 맞는 광고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광고주에게 돈을 더 받습니다. 그냥 TV나 신문에 일괄적으로 광고를 때리는 것 보다는, 스포츠카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스포츠카 광고를 하고, 옷에 관심있는 사람에게 옷 광고를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데, 이런 개인정보를 페이스북만큼 많이 알고 있는 곳은 거의 없죠.
2. 광고주들은 여전히 페이스북을 쓰게 될 것입니다
아래 차트는 페이스북의 최근 1년 주가 흐름입니다. 쭉쭉 오르다가, 4월쯤에 정보 유출 사건 (Cambridge Analytics scandal, 제3자에게 페이스북 정보가 공유된 사례) 으로 확 떨어졌었죠. 이후에 페이스북의 빠른 대처와, 특히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의 미국 의회 청문회 등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다시 하늘을 뚫고 올라가고 있습니다. 매출과 이익 성장률이 견조한 것도 한 몫을 했구요.
자, 이제 누군가가 이런 질문을 할 것입니다:
개인정보 유출이나 공유로 문제가 생겼다는데, 그리고 이제 유럽 등에서는 개인정보 공유를 더욱 엄격하게 하는 규정을 만든다는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모르겠네요), 페이스북에 그럼 타격 아닐까요? 페이스북은 사용자 정보를 바탕으로 그 사용자에게 맞는 광고를 제공해서 돈을 벌었다면서요?
단기적으로는 확실히 그렇습니다. 그런데,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 사건으로 인한 규정이나 법률 변화는 페이스북에 오히려 좋을 수도 있습니다. 무슨 소리냐구요?
이렇게 개인정보나 보안 관련 규정이 빡빡해지면, 이건 페이스북 뿐만 아니라 모든 잠재적 경쟁자들에게 똑같이 적용됩니다. 페이스북은 안그래도 업계 최고 수준의 인력과 자금을 투자하고 있었는데, 이번 사건이 나자마자 엄청나게 더 늘렸습니다. 결국 페이스북이 가장 규정을 잘 맞출 수 있는 회사가 될 것이고, 나머지 회사들은 이제 페이스북을 따라가기가 더 힘들어졌습니다. 당장 기본 규정도 맞추기 어려울 거에요..
그런데 기업들 입장에서는, 광고는 계속 해야 하는데, 그럼 어디에 할까요. 지금도 페이스북 외에 대안이 딱히 없는 상황인데, 만약 위에서 말한 것처럼 된다면, 더욱 페이스북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지겠죠.
3. 사용자들도 여전히 “페이스북” 네트워크를 쓰게 될 것입니다
4월에 페이스북 사용 안하기나 삭제 운동 있었던 것, 기억하시나요? 아마 기억 안나실 겁니다.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사용자들 입장에서도, 개인정보 보안 같은 것이 불안하면, 더더욱 페이스북에 의존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페이스북은 이미 업계 선두이고, 심지어 지금 과감한 투자로 차이를 더욱더 벌리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그리고 페이스북을 그만 쓰거나 덜 쓰게 되어도, 다른 소셜 네트워크로 가기보다는, 페이스북 패밀리 안에서 머무를 확률이 높습니다. 인스타그램이라던가, 페이스북 메신저라던가, WhatsApp (해외 쪽에서 유명한 메신저죠) 등에서. 방금 언급된 것들은 다 페이스북 아래 있는 것들입니다. 결국 부처님 손바닥 안인거죠.
4. 그래서 스팀잇은?
지금까지의 내용은, 페이스북은 광고주와 사용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 돈을 잘 벌고 있고, 앞으로도 광고주들과 사용자들은 다른 대안이 딱히 없어서 페이스북을 계속 쓸 것 같다, 그래서 전망이 밝다.
이렇게 요약되겠군요. 그러면 스팀잇의 전망은 어떨까요? (이 화제는 따로 글 여러 개를 써도 모자라겠지만, 일단 페이스북과의 비교만으로 제한하겠습니다.)
일단 스팀잇은 수익 모델이란게 없습니다. 보팅을 통한 스팀 제공은, 사실 밖에서 보면 거의 피라미드나 폰지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사용자들끼리 보상을 주고받는 구조이니까요. 소비자와 공급자가 따로 있다기보다는.
그리고 스팀잇이 페이스북처럼 업계 선두 위치가 확고하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물론 선점하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렇지만, 가입자 백만에 실사용자 한 5만? 정도는, 페이스북이나 유투브 같은 플랫폼까지 가지 않더라도, 사실 그냥 적당한 프로모션 몇번이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수치입니다.
마지막으로, 사용자들이 충분히 다른 플랫폼으로 갈 수 있죠. 스팀잇이 정말 좋은 내용의 글로 승부하는 곳이라면, 그런 글들을 쓰는 사용자들은 다른 플랫폼에도 그냥 복사해서 똑같이 올릴 수도 있고, 필요시 그냥 휙 옮겨갈수도 있습니다.
쓰고 보니 너무 우울한 이야기들만 있는 것 같군요. 사실 스팀잇이 페이스북과 지금 맞장뜰 수 있는 플랫폼이면, 스팀이 만배는 몰라도 백배는 갔을 겁니다. 아직 초기이고 발전하는 단계이니, 지켜보는 중입니다.
- 이렇게 스팀잇의 현재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말하기는 했지만, 저는 스팀잇의 미래가 괜찮다고 보고 스파업을 최근에 추가로 많이 했습니다 -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스파업을 하는 것만큼 스팀잇을 밝게 보는 증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키퍼(@joceo00)님의 제3회 천하제일연재대회 -입문부- 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전 연재글들은 여기에:
1. 스팀잇은 지금 기술 성장 주기 중 어디에 있는가? (Gartner hype cycle)
2. 북미정상회담 관련 분석 및 투자 전망
3. 마이클 포터의 5 세력(Forces) 모형으로 본 스팀잇의 경쟁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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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비트코인 = 금” 이라는데, 금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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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고팍스->업비트->스팀잇” 으로 스파업 비용 절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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