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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일요일 저녁에 쓰는 @promisteem 서평입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2014년에 나왔지만 요즘 읽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공부 논쟁” 이란 책입니다.
괴짜 물리학자와 삐딱한 법학자 형제
이 책은 여러 화제에 대해 김대식, 김두식 두 형제의 대화(논쟁) 를 그대로 옮겨놓은 형식입니다. 김대식(형) 교수는 어릴 때 악동이었다가 갑자기 서울대-미국 박사-서울대 교수 의 엘리트 트랙을 밟은 분이고, 김두식(동생) 교수는 어릴 때부터 모범생 길을 걸어서 법대 교수로 있는 분입니다.
형은 지금도 자유분방하며 독립적, 직설적이고, 동생은 지금도 모범생처럼 유순하고 “일반적” 인 견해를 보입니다. 일단 책 전체가 둘의 대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보니 술술 읽히고 이해하기 쉽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엘리트주의, 편 가르기
인터넷에서 정치나 종교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의미없는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하기에, 이 부분의 내용을 자세히 서술하지는 않겠습니다 - 책의 내용을 옮기기만 해도 제가 공격당할 확률이 높을 정도라서요.
형은 신랄하게 진보, 보수 양쪽의 아픈 곳을 비판하는데, 아무래도 동생이 진보 진영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아서 진보 쪽의 모순을 지적하는 부분이 더 많이 나오긴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진보가 가진 계몽주의적 태도의 배후에는 엘리트주의와 위선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 “진영 논리에 빠지면 지식인이 자기 편을 비판하지 못하고 맨날 상대방만 헐뜯게 됩니다” 등등이 나옵니다.
형의 핵심 주장은 이겁니다: 좌파냐 우파냐, 민주당이냐 새누리당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독립적인 사고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눈치보면서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SNS 나 방송들이 문제, 아니 그걸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문제라는 지적을 하는데, 공감 만배입니다.
하버드대 한국 분교 교수들
학계에 있는 분들이다 보니, 아무래도 교수들 그룹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자세하고 직접 와닿습니다. 한국 학계의 가장 큰 문제는 엘리트주의, 특히 미국 등에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에게 교수 임용 등의 기회를 몰아주는 것이다, 라고 주장합니다.
미국에서 학위를 받고 미국에서 공부하고 미국 교수의 연구 주제를 같이 한 사람이 노벨상을 받으면, 이 사람의 국적이 한국이라고 이게 한국 노벨상인가? 미국에서 노벨상을 탄 거지, 라는 부분도 인상적이구요. 한국에서 박사를 따고 연구한 사람이 노벨상을 타야 진짜로 한국에서 노벨상을 탄 것이라는 논리에는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한국 교육, 특히 입시는 어찌해야 하는가?
저자들은 현재의 입시제도에서는 자기소개서나 면접 등에서 가난한 학생, 지방 학생이 너무나 불리하다, 이런 말을 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이건 맞다고 봅니다 - 입시 제도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질 수록, 가용 자원이 많은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들은 15세에 인생을 결정하는 사회는 이제는 맞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조선시대만 해도 평균수명이 35세 정도이니, 15세에 장원급제해서 팔자 고치는 것은 어색하지 않죠. 그러나 평균수명이 80세, 아니 100세를 바라보는 지금은 인생이 결정되는 시기를 최소한 20대 중후반으로는 늦춰야 한다, 라는 주장입니다.
정리: 단도직입적이며 다양한 관점에서의 비평을 쏟아내는 형의 주장이 특이 인상적인 책입니다. 읽는 데 오래 걸리지 않으니 서점에 들를 때 한번 펼쳐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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