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포크 20 이후 며칠이 지나고, 패치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켜보면서 느낀 생각을 정리하고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이번 글은 이전 글들보다 훨씬 비판적으로 쓰여졌기에, 경어체를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네이버/아마존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가상의 시나리오를 한번 생각해보자. 한국이 더 익숙하면 네이버, 외국이 더 익숙하면 아마존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후에는 편의상 아마존이라고 하겠음)
아마존 창업자이자 대표인 Jeff Bezos가 몇 달 전부터 다가오는 9/25일 자정부터 아마존에 새로운 체계가 도입될 것이며, 이를 위해 아마존 임직원들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고 알렸다.
그리고 9/25일 자정, 아마존에 “새로운 체계” 가 도입되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제프 베조스는 짤막하게 자신의 소감을 알린다: “새로운 체계 도입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수고해주신 임직원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24시간 가량 아마존 사이트에서는 물건 판매도 안 되고, 물건 팔겠다고 올리지도 못한다. 아마존에서의 공식적인 대응은 거의 없었으며, 일부 임직원들이 산발적으로 “예상치 못한 문제 1이 발생하여 대처중입니다”, “문제 1이 거의 해결되었는데 문제 2가 발생하여 조치중입니다” 등의 업데이트를 올리는 것이 고작이다.
이러면 어떻게 될까? 아마존에 대한 신뢰도는 확 떨어질 것이며, 소비자들은 다른 경쟁 사이트들을 방문할 것이며, 판매자들은 아마존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동시에 다른 플랫폼으로의 이전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
이번 스팀잇 HF20의 발생 및 진행 상황이 이거랑 뭐가 다를까? 스팀잇은 SNS인데, SNS에서 글/댓글 쓰기와 보팅이 안되면 대체 되는 게 뭔지 궁금할 수준이다. 축구팀이 “공격” 과 “수비” 가 안되는 것과 비슷한 것인가.
기본적인 투자자/고객 대응 미비 문제들
큰 변화가 생길 때는 당연히 예상 못했던 변수도 생길 수 있고,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자잘한 버그가 아니라 되는 게 없는 수준의 참상이란 것이다. RC인가 뭔가를 도입하면서 전체적으로 아무것도 안되게 만드는 건… 내가 프로그래머가 아니라서 그런지 몰라도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다. 테스트를 안해봤나?
관대하게, 아 뭐 그럴 수도 있지, 패치들 나오면서 지나면 나아질거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대응은 정확하고 민첩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CEO가 성공적인 하드포크라고 써놨다가 한참 후 슬그머니 “성공적인(원문은 successful)” 부분은 빼버리는 건 기본이 안되있는거다. 정식 사과문을 올려도 모자랄판에. 아마존 제프 베조스가 이랬다고 생각해봐라… 잘못된 정보로 피해를 끼쳤다고 소송 바로 들어올듯.
그리고 문제가 있으면 언제까지 어떻게 해결될거다, 라는 업데이트라도 적어도 자주 자세하게 해야지… 그나마 @clayop님이 업데이트를 올려 주셔서 kr 커뮤니티에서는 좀 소식이라도 전해 들은 것 같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보팅파워가 0으로 리셋된 것에 대해서는 다같이 그렇게 된 거니까, 며칠 있으면 다시 차니까, 이러면서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것 같은데, 이것도 운영자로서의 기본이 안된 자세로 보인다. 보팅 파워는 스파에 투자한 사람들의 권리인데 왜 멋대로 자기들이 판단하려는 것인지. 또 아마존의 예를 들면, 할인쿠폰을 10개 모아둔 사람도 있고 하나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는데, “새로운 체계” 도입하면서 쿠폰 정보가 다 날아갔으니 다시 모두가 쿠폰 없는 상태로 시작합시다, 이러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내 쿠폰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라, 내 재산권이 침해당했다 등등으로 소송 들어오지 않을까?
하드포크 20의 전체적인 방향성에는 찬성
하드포크 20을 진행하는 과정 및 대처에 대해서 내가 신랄하게 비판하긴 했지만, 적어도 이번 하드포크에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바이다.
내가 이해하기로 이 하드포크의 핵심은 스팀잇을 사용하고 싶으면 사용량만큼 대가를 지불해라, 그 대가는 스파업이다, 이거다. 서비스 사용량에 비례하여 사용료를 낸다는 개념에 대해서는 나의 상식으로는 반대할 수가 없다. 수익자 부담의 원칙이니까. 고속도로를 자주 쓰는 사람이 사용료를 더 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나중에 RC를 거래할 수 있는 마켓도 생길 듯 한데, 그러면 마켓에서 “사용료”를 내고 RC를 사서 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게 가져올 효과는, 스팸같은 글이나 댓글들이 많이 사라질 것으로 추정한다. 내가 페이스북 등의 SNS 대신 스팀잇을 하게 된 계기는, 여기는 포스팅이 보상과 연동되어 있으므로 퀄리티가 높겠지, 적어도 쓰레기에 가까운 것들은 훨씬 적게 보게 되어 내 시간과 노력이 절약되겠지 였다. 어? 낮은 퀄리티의 (한마디로 스팸) 글이나 댓글들이 사라지면 내가 스팀잇을 하게 된 이유가 더 강해지겠네?
또한, 스팀잇에서 SMT든 뭐든 서비스를 하게 되면, 이제는 스파를 확보하는게 필수가 될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RC겠지만, 그게 스파와 연동되니 사실상 스파라고 해도 큰 문제는 없겠지. 남이 깔아놓고 투자한 인프라에서 뭔가 하려면 당연히 적절한 사용료를 내거나 투자를 해야 하는게 상식이니 이것 역시 환영이다. 그리고 스파 수요가 늘어서 스팀 가격에 긍정적일 수도 있고.
새로운 유저 유입이 안되요!
하드포크 20 이후 글이나 댓글 작성/수정, 보팅, 트랜스퍼 등등 모든 액션에 RC가 소비되고, 스팀파워가 낮은 유저들의 경우 활동하기가 사실상 힘들다, 라는 글들을 보았다.
적어도 지금 상태로는 맞는 이야기다. 새 아이디를 만들 수 있으면 뭐하나… 그렇게 생성된 아이디로는 할 수 있는게 하루에 댓글 몇 개 달기밖에 없을 정도인데. 이 부분은 RC를 10배로 늘리는 등의 패치를 하고 있다고 하니 기다려보면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까지의 정보로는 100스파 정도면 일반적인 스팀잇 활동을 하는 데에는 큰 지장은 없어 보이는데, 이정도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면 충분히 커뮤니티에서 지원을 해줄 것으로 본다. 아니면 스팀잇 재단이나 증인들이 나서서라도 도와야겠지… KR 커뮤니티만 해도 이미 @ponzipanda님이 100스파 임대를 최대 50명에게 해주겠다고 하셨고, 필요하다면 나도 참가할 의향이 있다. 내가 섣불리 말할 수는 없지만 다른 고래분들도 충분히 그정도는 해주실 것이고.
SNS는 이용자가 늘어야 좋다.. 물론 맞는 말인데, 그건 SNS에서 이용자들이 광고 시청 등으로 댓가를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것이다. 스팀잇에서 스파업도 하지 않고 자신의 활동으로 지인을 만들어서 100스파 임대도 받기 힘들다… 라고 하면 이런 경우에는 얼마나 스팀잇에서 기여할지도 미지수이고 얼마나 버틸지도 의문이긴 하다. 새로운 유저가 들어와서 좋으려면, 일단 그 유저가 실제로 활동을 하거나 스파업을 하는 등으로 기여하는 유저여야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 내일 새벽에 깨서 풋살을 하러 가야 하기에…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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