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일요일에 한 주를 마무리하면서 서평을 썼는데, 이번주에는 월요일의 시작을 서평과 함께 시작하고자 합니다.
언제나처럼 한줄평으로 시작합니다: “적당한 정보 짜깁기”
누군가의 선물로 이 책을 주말에 읽게 되었는데, 안타까운 것은 책이 별로였다는 것.
이 책은 꽤 두껍습니다. 400페이지가 넘죠. 그런데 책 내용은 273페이지까지이고, 100페이지 넘는 나머지 분량은 각종 법령들을 모아 놓은 것입니다 - 물론 북한에 투자하려면 관련 법령 등을 알아봐야 하겠지만, 이런 법령들을 해석하거나 요약한 것도 아니고 그냥 법령들을 복붙한 걸로 페이지를 이렇게 늘리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부터 퀄리티가 좀 불안해지죠.
저자 “정민규 변호사” 소개를 봅시다. 94년도에 서울대 공법학과 졸업, 사법연수원 28기,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검사, KB 상무, 현재 대한법무법인 ‘광화’ 대표변호사, 탈북민을 휘한 법률상담을 하는 북한 전문 변호사. 약간씩은 관련이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이 이력들이 “북한 투자 전문가” 로 이어지는지는.. 글쎄요.
책 한장도 안 읽어봤는데 벌써 좀 불안합니다. 책을 이제 읽어보죠.
프롤로그 후 목차까지, 10페이지 넘는 분량이 각종 평양 사진들입니다. 예전이면 몰라도 요즘은 그냥 이런거 구글이나 네이버에 검색하면 바로 나올듯한데…
그리고 실제 내용이 시작한 두번째 페이지 맨 위 단락은 이렇습니다:
나진-선봉 경제특구에는 북한의 만성적 공급 부족을 이용해 돈을 벌고 있는 중국인 밀수업자들이 활개치고 있다. 중국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북한에 밀반입하여 비싸게 팔고 이익을 챙기는 신흥 졸부들인 셈이다. 이들은 쉽게 번 돈을 주체하지 못해 북한의 젊은 처자를 현지처로 두고 있다고 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건데, 이 단락에서 그만 읽고 접었어도 될 뻔했습니다. 이 단락에서 보이는 문제점들이 뒤에도 쭉 이어지거든요. 예를 들어서
- 자신의 잣대로 추측 및 평가: 대체 “신흥 졸부” 는 어떻게 정의가 되는건지… 내가 돈벌면 부자고 남이 돈벌면 졸부입니까. 그리고 “쉽게 번 돈을 주체하지 못해”… 쉽게 벌었는지 저자가 어떻게 알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지도 궁금한데 “주체하지 못해” 라… 뭐 이건 넘겨짚기의 정의에 가깝죠.
- 정확한 소스 없이 “사실” 인듯 나열: “~~고 한다” 등의 말이 매우 자주 나오는데, 이런 건 어디서 어떻게 인용된 것인지 명시해야죠. 카더라 통신이나 찌라시도 아니고.
- 자극적인 표현 사용: “젊은 처자를 현지처로 두고 있다고 한다” - 이건 타블로이드 신문에서나 볼 법한 말이죠. 실제로 현지처를 두고 있는지 확인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두고 있다고 한들 이게 책의 내용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후에도 저자가 평가하거나 추천하는 부분들이 많이 나오는데, 어이없는 수준의 것들을 포함해서 어색한 부분이 많습니다. 자신의 “생각” 이 마치 “사실”인 듯 말한다거나, “주장” 에 대한 근거 없이 주장만 하는 것 등. 예를 들어서 러시아산 밀이 non-GMO라서 맛이 좋고 질이 좋다는데, 진짜?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도움이 되는게 뭐라도 있겠죠?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들 빼고, 이 책을 읽어서 알게 될만한, 건질만한 것들 몇개를 언급해 보겠습니다.
- 북한에는 이미 장마당 등을 통해 시장경제가 꽤 도입되어 있으며, IT 기술도 상당히 발달해 있다.
- 속초항을 통한 무역업, 물류업이 발달할 확률이 높다.
- 중국에서 사업하려면 “관시” 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북한은 더하다. 간부들의 체면을 세워 주면 비즈니스가 편할 것이다.
- 북한 노동당은 공개적 계획이나 목표 말고 비공식적인 목표들이 있는데 (예: 노후 어선의 근대화), 이런 것들을 달성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제시하면 간부들이 기뻐하므로 허가도 쉽고 지원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Sponsored ( Powered by dclick )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서평] 정민규: 북한 투자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