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과 어머니
언젠가 로마 여행 중
한인 민박에서 맛본
이탈리아 샴페인
그 맛을 못 잊어
기어코 월마트 방문
찾고 찾고 찾아
드디어 비슷한
유리병을 발견
친구들과 모인 자리에
어깨를 펴
뚜껑을 연다
도무지 안 열리는
도도한 문 열고자
다리 사이 샴페인 고정
코르크 마개의 얇은
묶여있는 와이어를
손가락 대신
젓가락 사용
온몸을 쓰며
상반신 숙여
반드시 열고자 했다
반드시 열고자 했다
펑
퍽
순간 왼쪽 눈이
감겼다
뜨였으나
보이는 게 없어
의아해했다
무슨 일이
방금 일어난건지
좀 더 시간이 흘러
친구들은 이야기했다
샴페인을 직각으로
세워 철사를 풀면
튀어오른 뚜껑에
움푹
천장 면이 들어간다고
병원을 가고
치료를 받고
육 개월에 한 번씩 검사를 받아
뒤통수 향해
뒷걸음친 한쪽 안구가
원위치로 제대로
자리 잡힌 지
확인을 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그 눈이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기억 안 날 때
언제나 병원 갈 날이 다가오면
그쪽이
왼쪽이었음을
어머니는 말씀하신다
사람들은
이 사건을 들으며
많이 놀라지만
나는
어제 저녁 먹은 것을
기억 못하는
삼년 전 다친
내 왼쪽 눈을
기억하시는
어머니의 기억력이
더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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