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잘 못잤지만
숙박인을 위한 올레스테이의 세심한 배려와
올레길 운영이 정부 도움없이 비영리 재단의 순수 자가 서적, 의류, 굿즈 판매로 이뤄진다는 점
그리고 그 트래킹 서비스를 몽고, 일본에도 수출했다는 소식에
감동하며 이번 여정의 마지막 코스를 시작하였습니다
일명 장군바위라 불리는 외돌개는
은행나무침대의 황장군을 연상시켰고
사진은 못찍었지만
직접 내려갔다온 선녀탕은
정말 선녀가 내려올 것만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마지막 코스인만큼
컨디션은 별로였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놀멍 쉬멍 갔습니다
덕분에 중간중간 재미난 스팟을 찾았는데
편지를 넣으면 1년후에 배달되는 우체통이었습니다
썸녀, 연인, 가족, 친구 등에게 보낼 각각의 우체통이
편지를 기다리고 있었고
저역시 편지지만 있었다면 당장 쓸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그 중 한 초록색 우체통은
보내지 못하는 편지를 넣는 곳으로
보내지 못하는 편지라
분명 그 순간 그 곳에서만 쓸 수 있는
마음꺼리들이 샘솟았지만
편지지가 없고
편지지를 구하기엔 몸이 너무 지쳐
다음 기회를 기약했습니다
그렇게 7코스는 제게 필연적으로 다가왔고
몸은 무겁지만 마음만은 가볍게
가볍게
발걸음을 이어갔습니다
중후반
켄싱턴 리조트의 앞마당에는
바닷가 우체국이
다시 나타났고
뭔가를 보내야한다는 운명적인 의식이 밀려왔지만
역시나 편지지를 얻으려 프론트데스크까지 가긴 무리여서
가볍게 포기하였습니다
대신에 우체국 근처에서 서울 공원에선 절대 볼수 없는
제주도 산토끼를 만났습니다
어찌나 절 안무서워하던지
어찌나 당근을 좋아하던지
토끼가 당근을 좋아한다는 말은 정설이었습니다
길 이정표인
간세를 따라
리본을 따라
결국 제 1번째 올레길 여정은 막을 내렸습니다
만 이제 곧 2번째 여정이 다가옴을 알 수 있었습니다
멀지 않아 시작될
또다른 여행이
1번째가 끝나자마자
시작됨을 직감하였습니다
이런
올레길을 만들고
소개하고
유지하려
노력하는
모든이들에게
감사할뿐입니다
올레길이 지금 모습
이대로이길
변치않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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