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steem] 월요일이 사라졌다

월요일이 사라졌다



일요일 저녁
곤한 하루 일과를 끝낸 뒤 집에 가는 길
처음으로 영화를 같이 보자 했다

망설였었다
이미 보았었기에
둘다 안 본 다른 영화를 찾고 싶었지만
기대에 찬 목소리와 눈빛을 보니
내가 꼭 영화를 보러 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이트한 상영시간에 맞춰
좋아하는 구수한 청국장 대신
그녀가 좋아하는 스쿨푸드로 향했고
CGV 광고시간을 감안해도 늦을거 같아
부랴부랴 테이크 아웃
생애 처음으로
상영관 모퉁이에 앉아
김밥과 떡볶이를
작게
작게 작게 먹었다

왼쪽에 앉은 나는
오른쪽을 향해
계속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영화에 집중하는 최고의 여배우가
내게 최고의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그날을 떠올리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은일이 많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동차 타이어에 못이 박혔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김밥을 먹었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영화보는 사람을 감상했다
월요일이 왜 사라졌는지
왜 다시 나타났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건
일요일 저녁 같이 영화를 보며
옆사람이 영화에 몰입하여
음식을 씹으며 감탄하는 목소리가
120분내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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